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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에 놀란 부산, 필로티 건물 내진성능 확보 지침 마련

중앙일보 2017.11.27 13:55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를 드러낸 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를 드러낸 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청과 부산 경찰청, 국민연금관리공단 같은 관공서가 몰려 있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양정동 일대. 이곳에는 원룸·투룸 형태의 건물이 곳곳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부산시,필로티 건물의 내진성능 확보·확인 지침 마련
설계·시공 때 건축사 대신 건축 구조기술사가 확인
내진설계해 사전 건축심의 절차 거쳐야 착공 가능
기존 건물 내진보강 위해 내년에 실태조사 하기로

주차장인 1층은 기둥만 서 있고, 2층 이상은 방이 있는 형태다. 이른바 ‘필로티(pilotis)’ 건축물이다. 필로티는 본디 건축의 기초를 받치는 말뚝이란 뜻이다.
 
부산의 관공서·대학가 등에는 이런 필로티 건축물이 몰려있다. 부산시는 2009년 원룸·투룸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도입된 후 필로티 건축물이 부산 전체에 3609동(6만4997세대 거주추정)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을 계기로 이 같은 필로티 건축물이 지진에 약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입주자 등이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 지진 때 상당수 필로티 건축물의 기둥이 반파되는 등 파손된 때문이다. 더욱이 포항·경주·울산을 거쳐 부산에 양산 단층대가 지나면서 부산이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양정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김모(55·회사원)씨는 “포항지진 이후 내가 사는 원룸 건물이 지진에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앞으로 짓는 필로티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지침을 마련해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건립된 필로티 건축물엔 내진 보강을 할 경우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앞으로 필로티 건축물을 지을 경우 구조 안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거나 착공 전까지 부산시 건축위원회에 구조 안전 확인을 위한 심의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축물. 이은지 기자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축물. 이은지 기자

 
지금까지 5층 이하 건축물의 내진 설계 등 내진 성능 확인은 건축사가 담당했다. 이번 지침으로 지금까지 6층 이상 건축물의 내진 성능만 확인하던 건축구조기술사가 5층 이하 필로티 건물의 내진 성능도 확인하는 것이다.
 
또 필로티 건물 시공단계에서는 필로티 부분의 철근 공사 때 반드시 감리자가 입회해 동영상을 촬영해 구청 등에 제출해야 다음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구청 등 허가부서에서 공사중지나 재시공 조치를 할 수 있다. 
 
필로티 건물 사용승인 단계에서는 감리보고서에 필로티 시공 관련 확인서를 제출하고, 이를 건축물 관리대장에 기재해 건물을 관리하도록 의무화했다.  
 
김영진 부산시 건축관리팀장은 “포항지진을 계기로 국토부가 필로티 건물의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어서 부산시가 먼저 이런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후 관련법이 강화되면 그 법에 따라 관련 지침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물. 이은지 기자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물. 이은지 기자

부산시는 이와 별도로 기존 필로티 건물 등 주택의 내진보강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실태조사 용역을 전문기관·업체에 맡기로 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지진에 약한 단독주택 등에 사는 취약계층에는 내진보강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일반시민에게는 50% 지원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시의 이 같은 대책은 현행법상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해마다 강화됐지만, 실제 설계·시공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돼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않은 건물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2017년부터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은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내진 설계는 보통 규모 6.5 이상 지진에 견디게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물.이은지 기자

부산시청 인근의 필로티 건물.이은지 기자

하지만 현 부산의 140만5851세대 가운데 48.4%인 68만169세대만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77만741세대 가운데 66%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63만4110세대 가운데 27%인 17만1480세대만 내진 설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 주택의 내진설계가 매우 저조한 것이다. 
 
박건하 부산시 건축 주택과장은 “필로티, 조적·블록 조가 철근 콘크리트 구조보다 지진에 취약하고, 부산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재산·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지진에 대비해 건물의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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