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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밀반입 '무법지대' 부산 감천항…권총 어떻게 들여왔나?

중앙일보 2017.11.27 11:33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원양어선에서 권총과 실탄 여러 발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중앙포토]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원양어선에서 권총과 실탄 여러 발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중앙포토]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입항한 원양어선에서 권총이 발견되면서 허술한 입항 허가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경, 총기 발견된 원양어선 소유주와 선원 반입 경로 조사
부산항 입항 허가 절차 허술해 총기 밀반입 관리에 구멍
전문가 “검색 인력-장비 강화, 통관·입항 관계기간 긴밀히 협조해야”

27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 K호(289톤) 소유주는 침실에서 리볼버 권총 1정과 실탄 10발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원양어선 K호는 지난 15년간 우루과이·포클랜드 등지의 해상에서 참치 조업을 해오다 지난 7월 감천항에 입항한 뒤 한국인이 매입했다.  
 
해경은 신고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총기·실탄 종류와 지문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이전 배 소유주와 외국인 선원을 상대로 권총과 실탄 입수 경위를 조사해야 하는데 다들 외국에 나가 있어 조사가 쉽지 않다”며 “우편과 전화를 활용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관이 적발한 밀반입 총기, 폭발물, 화학물질 등 테러물품들. [중앙포토]

세관이 적발한 밀반입 총기, 폭발물, 화학물질 등 테러물품들. [중앙포토]

부산항이 총기류 밀반입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총기 반입이 드러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7월 마약 밀거래 혐의 등으로 붙잡은 야쿠자 조직원 A씨(44)가 소지한 러시아제 권총 TT-33은 지난해 9월 부산항을 통해 들여왔다. 하지만 당시 통관에 걸리지 않았다. 총기류의 밀반입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매년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밀반입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총기류 수는 122정, 모의 총포·전자충격기 2281정, 실탄류 1618발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총기류 적발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34정에서 2013년 39정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4년 12정, 2015년 9정 등으로 감소하다가, 다시 2016년 12정, 2017년 7월 16정 등으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총기 밀반입이 증가한 배경에는 원양어선의 입항 허가 절차가 허술한 영향이 크다. 
배가 항구에 들어가려면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관세청, 법무부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배에 타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출한 서류를 보며 금지 물품 소유 여부를 확인할 뿐이다. 부산본부세관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가 하루에만 5만개 정도 된다”면서 “이 가운데 위험 화물로 분류되거나 요주의 업체나 화주의 화물을 중심으로 10%가량 선별검색을 한다. 
 
사전에 입수한 정보가 없으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배는 해당 국가의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적의 원양어선은 국내 들어와도 한국 정부 당국이 마음대로 곳곳을 수색할 수 없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중앙포토]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전경. [중앙포토]

현재로서는 검색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원양어선이 입항할 때 검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검색 장비와 인원을 보강하고, 국제 사법·정보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 총기류 밀거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항만물류과 교수는 “불법적인 일을 하려는 이를 모두 잡아들일 수 없지만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안전을 위협하는 물질 등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다”며 “입항과 통관을 관리·감독하는 관계기관끼리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는 통상 한해 3500척의 원양어선이 입출항한다. 부산항이 이 중 절반 이상을 감당한다. 부산항에는 2015년 2209척(255만 3125톤), 2016년 2323척(294만 8637톤), 올해 현재 2173척(271만 7701톤)의 원양어선이 입출항했다.  
 
총기를 사용한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항만을 통한 총기류 밀반입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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