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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그만하면 잘 살았다"

중앙일보 2017.11.27 11:10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베이비부머 세대를 말한다
 
장석주 / 출판사 yeondoo/ 1만4000원 

[반려도서](6)
베이비부머의 사적 고백이자 사회사
인생은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많은 세대가 있다. 386세대, X세대, 에코 세대, 3포 세대 등이 그것이다. 베이비부머는 전쟁 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전쟁 이후 떨어져 있던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이(baby)가 붐(boom)을 이루며 많이 태어나 베이비부머(baby boomer)라 한다. 나라마다 그 연령대에 차이가 있는데, 대한민국은 6·25전쟁이 끝난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칭한다. 실제로 이들 집단을 이루는 인구수가 가장 많은데, 7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미 환갑을 넘겼거나, 다행히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일 또는 수년 내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임금피크제라는 이름으로 끝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할 터다.  
 
이들은 뜻하지 않게 한 시대에 우르르 태어난 탓에 늘 과열 경쟁에 시달렸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온몸으로 겪어 내면서 부자와 빈자, 보수 꼴통과 진보 좌파 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 뒤섞여 있다. 이들의 살림 형편이나 정치에 대한 신념은 각양각색으로 엇갈린다.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간 누군가가 있고, 태극기를 흔들던 누군가도 있다.  
 
다만, 의식과 관습의 공통점은 남아 있다. 일찍이 외국으로 이민 가 45년 만에 만난 친구가 전혀 다른 시공간 속에서 단절된 채 마흔다섯 해를 살았어도 '빨리빨리', '직진 본능' 식의 행동 패턴을 보이더라는 것. 패션도 그렇다. 베이비부머의 공식 패션인 '등산복 패션'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것을 놓고 이들이 감당하는 생의 나날이 여전히 '산'같이 가파르고 힘들다는 무의식적인 암시라고 했다. 여전히 누군가의 아버지인 그들은 가족 생계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권리보다 잉여의 의무에 더 허덕이고 있다고 했다.  
 
전반부인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저자 개인의 경험을 박정희, 마광수, 전태일이라는 인물과 함께 집, 골목길, 구로공단이라는 공간, 피에로, 떠돌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한다. 예컨대 이들 세대의 공간(집)에 대한 열망은 가난 때문에 가족도 흩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삶에서 비롯된다. 고향과 가난을 딛고 상경한 저자 역시 번잡하고 고달픈 이사를 30번쯤 치러냈다고 기억한다. 골목길은 충격과 두려움의 공간이자 추억의 공간이지만 서울의 많은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함께 상실됐다.  
 
후반부는 1955년생인 저자의 경기상업고등학교 친구 5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베이비부머의 고백'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생존에 급급했던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부모의 부채를 물려받거나, 복잡한 가계도(아버지의 두 집 살림 등), 아버지의 권위주의 때문에 힘들어 부모를 부정하고 싶었던 순간을 고백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살기 위한 일'을 했다면 또 다른 이는 '일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짧게는 5페이지로 요약된 5개의 60여년 치의 인생 이야기는 다양하고 치열하며, 다른 듯 닮았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수식하는 다양한 말이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세대, 부모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 양육의 부담까지 양쪽 어깨에 짊어진 낀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겪은 세대라는 식의 수식어다. 이 책을 읽은 나는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이른바 에코세대다. 사실 베이비부머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사회의 다양한 관념, 틀, 정책, 미디어 속의 것들을 보며 속으로 부러울 때가 있다. '고성장기를 겪으며 그 혜택의 단물을 가장 많이 얻지 않았나', '가장 많은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으니 그 자체로 집단의 힘이 있지 않냐'고 따져 묻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중년도 노년도 아닌 어정쩡한 낀 세대로 앞으로 '늙음'이라는 일을 맞이해야 하는 이들의 노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면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럽다.  
 
저자는 이 책을 동시대를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에게 바쳤다. "그만하면 잘 살았다"고 말하며. 책은 동시대를 살아온 그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겠다. 
 
『호모 콰렌스』 질문하는 인간이 되는 법
 
마셜 골드스미스·댄 프라이스·로웨나 버드 외 31명 공저(번역 서영조) / 디뷰북스 / 1만4500원
 
호모 콰렌스

호모 콰렌스

 
답이 아닌 질문이 중요한 시대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문제에 마주친다. 학업, 직장, 가정, 금전, 건강 문제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문제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답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 책은 이것이 '답을 찾기 이전에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거창한 질문보다 일, 관계, 부, 지식, 행복 등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자신의 질문을 뒷받침하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등을 소개한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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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서지명 더,오래 팀 필진

더,오래 경제필진을 발굴하고 에디팅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책 읽고 글 쓰는 노후를 꿈꾸며 '로컬라이프'와 '반려도서'를 연재합니다. 노후,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면 '더,오래'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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