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년중앙]SF 속 진짜 과학 22화.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는 미래

중앙일보 2017.11.27 11:07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22화.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는 미래.
 
지구에는 자기장이 있습니다. 자기장은 자석이나 전류, 또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에 의해 주위에 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말하죠. 지구는 매우 커다란 자석과도 같은데, 마치 자석처럼 비슷한 모양의 자기력선을 만들어요. 이렇게 지구가 가진 고유한 자기장을 지구자기장이라고 하죠. 지구자기장은 녹아버린 철과 니켈 같은 금속으로 되어 있는 핵이 대류하면서 만들어내죠. 그런데 만약 지구자기장이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 ‘코어’에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릴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전자기기가 멈추며, 거대한 폭풍이 발생합니다. 나아가 자기장의 방패가 사라지면서 방사선에 의해서 지구가 구워진다고 하지요. 지구는 최악의 위기에 처하고 사람들은 자기장을 되살리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인재가 모으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특수한 장치를 개발합니다. 과연 이들은 지구의 위기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영화에 나오듯,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면 인류는 정말 멸망할까요? 지구자기장은 전자석과 비슷한 원리로서 생겨난다고 합니다. 금속으로 된 코일에 전기가 흐르면서 자석이 되듯, 금속과 함께 전기 흐름이 생겨나면서 지구가 거대한 자석처럼 작동합니다. 어떤 원인에서든 이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자기는 약해지거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드물지 않습니다. 지질학에 따르면 지자기(지구와 지구주위에 나타나는 자석과 같은 자성. 지자기가 미치는 지구 주위의 영역을 지구자기장이라고 한다)에 이상이 생기고, 남북극이 바뀌는 현상(폴 시프트: 지자기 역전)은 거의 수백만 년~1천만년에 한 번은 일어난다고 하니까요. 폴 시프트가 발생할 때는 수백 년 동안 자기가 사라진다고 하죠. 지구 나이가 45억년 정도니, 지구의 자기가 사라지는 현상은 최소한 450번은 일어난 겁니다. 그런데도 인류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지구자기장이 없다고 해서 우리 조상이 소멸하진 않았다는 뜻이죠. 영화처럼 지구가 통째 구워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지구자기장이 사라지거나 약해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다. 지구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우리 지구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아니라 지구 대기를 지켜줍니다. 태양풍은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날아옵니다. 태양풍을 이루는 것은 주로 알파선과 베타선이라고 부르는 방사선입니다. 투과력이 약한 알파선과 베타선은 대기를 뚫고 내려오기 힘들어서, 우리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바람처럼 물체를 밀어낸다는 점이죠. 태양풍이 지구 대기에 직접 부딪치면 바람이 모래를 날리듯, 대기를 깎아서 우주로 날려 보내고 대기층이 얇아집니다.
 
대기층이 얇아지는 건 심각한 사건입니다. 태양풍엔 자외선과 감마선도 있는데 이들은 투과력이 높은 전자기파라서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오존 같은 물질이 이들을 흡수해서 줄여주기 때문이죠. 그러니 대기가 줄어들면 자외선, 감마선이 늘어나면서 피부암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이 증가하게 됩니다. 나아가 자기장이 사라져서 태양풍이 계속 충돌하면, 대기는 점점 줄어들어서 화성이나 달처럼 황량한 세상이 되어 버리겠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 바로 지구자기장입니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플러스(+) 전하를 가진 원자핵과 마이너스(-) 전하를 가진 전자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자기장 주변을 지나면 힘을 받아서 움직입니다. 마치 자석 속에 코일을 설치하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터가 되듯, 전기를 지닌 물질들이 자기장 주변을 빙빙 돕니다. 지구 자기장이 강할수록 이들은 지구에서 더 먼 곳에 모여서 돌게 됩니다. 결국 힘이 약해지고 수소나 헬륨이 돼 우주로 사라지거나 지구로 내려옵니다. 이때는 태양풍처럼 빠르지 않으니 대기를 우주로 날려버릴 위험도 거의 없죠.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면 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지구자기장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지나가는 태양풍의 입자를 잡아서 지구 주변에 머무르게 하고, 여기에서 흘러나온 에너지가 지구를 데우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면, 지구에 직접 부딪치는 태양풍의 물질 외에는 우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느 쪽이건 지구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임이 확실하죠.  
 
하지만 인류 멸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구의 수많은 안전장치가 우리를 보호해줄 테니까요. 또한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라면, 인간들은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우리 인류는 수백 번의 폴 시프트 현상을 딛고 살아남은 생명의 후계이자, 지구의 자손이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우틴을 위한 신문 '소년중앙 weekly'
구독신청 02-2108-3441
소년중앙 PDF 보기 goo.gl/I2HLMq
온라인 소년중앙 sojoong.joins.com
소년중앙 유튜브 채널 goo.gl/wIQcM4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