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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원인 모를 상가 화재, 임차인에게 책임 못 물어"

중앙일보 2017.11.27 06:00
 한 음식점에서 시작한 불이 같은 건물 내 다른 상점으로 번졌더라도 발화원인을 모르면 처음 불이 난 가게 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식당서 난 불, 건물 전체로 번져
인접 상점주 손해배상 소송 제기
1·2심 식당 주인에 배상책임 인정

대법원 "화재 원인·점주 관리 소홀
입증 안 되면 책임 물을 수 없어"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M화재보험사가S화재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M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S보험사는 2010년 용인시 처인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김모씨와 화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8월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건물 내부 전체가 타버렸고, 김씨가 운영하던 커피숍도 5100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S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김씨에게 보험금 4700만원을 지급했다.
 
소방서는 화재 감식을 토대로 같은 건물에서 윤모씨가 운영하던 음식점을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S보험사는 경찰과 소방서의 화재 감식 결과를 근거로 윤씨가 보험 계약을 맺은 M보험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상가 화재 자료사진. 2005년 12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 화재. [프리랜서 공정식]

상가 화재 자료사진. 2005년 12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 화재. [프리랜서 공정식]

 
1심 법원은 음식점 주인 윤씨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음식점 카운터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의 진술과 최초 발화지의 형상이 나타나는 점 등을 토대로 윤씨의 음식점에서 불이 처음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윤씨와윤씨의 보험사인 S보험사 측은 “화재 발화원과 발화장소가 밝혀지지 않았고, 윤씨가 음식점의 전기설비를 관리하는 데 있어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해 M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화재가 음식점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윤씨가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 원인을 제공하는 등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윤씨가 커피숍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은 임차 건물 부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의 손해에 대한 임차인의 배상책임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 사고에서 임차 공간 이외에 대한 발화지점 임차인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두고 대법원은 앞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건물 임대인 김모씨가 임차인 박모씨와 그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09년 10월 건물에서 불이 나 건물이 불에 타 손해를 입자 최초 발화지점이 박씨의 매장으로 추정된다는 화재 감식 결과를 근거로 박씨와 그의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당시에도 2심은 “박씨가 화재방지 의무를 다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합 재판부는 “임차인인 박씨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을 임대인인 김씨가 증명하지 못한다면 박씨가 빌린 건물의 나머지 부분이 불에 탄 손해까지 배상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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