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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욜로’와 ‘생민’한 삶 모두 카르페 디엠

중앙일보 2017.11.27 01:57 종합 32면 지면보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상반기만 해도 ‘인생은 한 번뿐’을 뜻하는 ‘욜로(YOLO)’가 트렌드였다. 본래 뜻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오늘을 잡아라)’의 변형이다. 하지만 욜로가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 되어 당장 사고 싶은 걸 ‘질러 버리는’ 돈 쓰기 위주로 흐르다 보니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쓴소리가 돌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돈은 안 쓰는 것’을 모토로 내건 ‘김생민의 영수증’이 떠오른 것은. 방송인 김생민이 그의 20여 년 극한 절약 생활을 바탕으로 청취자가 보낸 영수증을 보고 소비 조언을 해 주는 팟캐스트물이었다.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로 편입돼 마침내 어제 첫 정규 방송을 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 ‘생민한 삶’이 올해 하반기 트렌드가 된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장미를 모으라’ 시를 표현한 그림.

‘할 수 있을 때 장미를 모으라’ 시를 표현한 그림.

그런데 냉소적인 젊은 세대에게 자칫 ‘노오력을 해라’처럼 들릴 수 있는 김생민의 조언이 어떻게 어필할까? 문화평론가 강명석의 평을 보자. 김생민은 개인의 취향보다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그의 아버지 세대를 닮았지만, 그 세대의 전형적인 가부장과 달리 가족과 친밀하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 삶의 태도가 ‘영수증’에서도 드러나 상담자를 독선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대신 동료 진행자 송은이·김숙과 유쾌하게 호흡을 맞추며 현실적 조언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민한 삶’은 가족과도 멀어진 채 나라와 기업의 부품처럼 일해서 돈 벌고 그것만 정답이라고 믿는 과거 가부장의 삶과는 다르다. 가정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창의적인 절약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종류의 카르페 디엠이다. 이 말을 처음 한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추구한 것은 안분지족의 삶을 통한 정신적 평안의 쾌락이었다.
 
물론 ‘생민한 삶’만이 정답은 아니다. 카르페 디엠 문학으로 유명한 옛 영시 ‘할 수 있을 때 장미를 모으라’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해석한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인 행위로 읽을 수 있다. 진정 자신이 원하고 즐길 수 있는 걸 찾는 것. 이것이 ‘욜로’다. 결국 ‘욜로’가 되든 ‘생민한 삶’이 되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 그에 맞는 스타일의 카르페 디엠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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