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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최저임금이 왜요?” 노동 현안 등 돌린 국회

중앙일보 2017.11.27 01:52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유경 산업부 기자

김유경 산업부 기자

“애초에 상임위원회 논의 안건에도 없었어요. 당연히 당론이 있을 수가 없죠.”
 
기자가 23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묻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실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현재 경제계의 핵심 현안이다. 정기상여금과 숙식비·교통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 임금 인상 폭이 확확 달라져서다. 숙박·식사 등의 현물을 최저 임금에 산입해 고용주의 부담을 낮추는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제출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변경하지 않고 당장 내년에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경제계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본 때문이다. <중앙일보 11월 2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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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국회는 어째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걸까.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여야 모두 최저임금은 손대봐야 본전도 못 건지는 사안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16.4% 올리기로 한 결정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55%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시비 걸었다가 괜히 표만 날릴 바에 아예 눈감아 버리자는 심리가 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마냥 좋은 일인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기업의 탈한국 러시나 주유소·편의점의 무인화 같은 고용 감소는 놔둬도 되는지 공론화할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통상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여금 등 통상임금의 불분명한 범위를 다시 정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국회가 경제적 파급효과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와 여론조사에 기댄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수당을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최대 21조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은 추산했다.
 
국회 환노위는 엉뚱하게도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전선을 형성했다. 합의를 연출할 수 있는 법안으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를 모양새 있게 마무리 짓겠다는 심산이다. 국회가 큰 숙제를 처리할 실력과 의지가 없음을 고백한 셈이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기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현안이 내년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김유경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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