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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동, 야당 반발, 내부 저항 … 삼각 파도 만난 적폐수사

중앙일보 2017.11.27 01:28 종합 3면 지면보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됐다. [연합뉴스]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됐다. [연합뉴스]

임관빈(64) 전 국방부 정책실장 구속을 취소시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검찰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2일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됐을 때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며 법원을 성토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26일 “차분히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며칠 새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대한 수사팀의 불만 수위는 더 높아졌지만 법원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댓글’ 김관진 이어 임관빈 석방되자
심기 불편 검찰, 입장 표명도 안 해
정치권 ‘검찰 특활비’ 거론도 부담

현직 검사 투신에 내부 동요 기류
“하명 수사로 비칠 우려” 회의론도

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인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잇따라 석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한 뒤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려 했던 검찰의 수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석방 결정을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에게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면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는 검찰의 주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법조계에선 “군인 신분이 아닌 국방부 장관과 정책실장에게 군형법상의 ‘공범’으로 본 것에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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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이 이끈 댓글팀의 실무 공작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의 지시·관리 아래 놓여 있었고, 이 내용이 임 전 실장을 거쳐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되면 이 전 대통령의 확인·지시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신 부장판사는 사이버사 댓글작업을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는 게 옳으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 석방 결정 5시간 뒤인 25일 새벽에는 롯데홈쇼핑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이 수사는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혐의를 받던 변창훈 검사의 투신 사망 하루 뒤에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법원이 “범행 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히자 “정치권 상황을 고려한 ‘물타기’를 하려다 무리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24일 밤과 25일 새벽에 펼쳐진 상황을 놓고 “검찰의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 반발도 검찰엔 부담스러운 변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끝나가는 시점이 오긴 왔나 보다”는 글을 올렸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지난 24일 공식적으로 소환 불응의사를 밝혔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특활비 상납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 특활비도 법무부에 상납된 의혹이 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을 지난 23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 검사 사망 직후 문 총장이 전국의 지검·지청장들과 긴급 면담을 한 자리에선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찰총장은 “적폐 수사가 3개월 넘게 진행되면서 검찰이 ‘삼각 파도’에 휩싸인 형국에 처했다. 법원의 제동, 정치권의 반발, 검찰 내부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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