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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애니·영화·디자인·요리 … “내 꿈 키우는 공부라 재미있어요”

중앙일보 2017.11.27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정부 지원 풍부한 특성화고
특성화고에 대한 중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교 때부터 자신의 꿈을 찾아 미리 실무적인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성화고는 정부가 재학생의 교육비를 100% 지원합니다.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활발합니다. 교육부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매력적인 직업계고’(매직)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돕는 사업입니다. 직업계고 150곳을 선정해 3년간 총 900억원을 지원하게 됩니다.

특성화고, 내달 초 원서 접수
국·영·수 수업, 일반고의 절반
나머지 시간엔 전공 교과 배워
전국 470곳 … 교육비 100% 무료
3학년 현장학습 안전 확보 과제

서울 한강미디어고 2, 3학년 학생들이 22일 본관 7층 방송스튜디오에서 촬영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스튜디오엔 카메라, 편집실 등의 장비가 방송국 못지않다. [김춘식 기자]

서울 한강미디어고 2, 3학년 학생들이 22일 본관 7층 방송스튜디오에서 촬영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스튜디오엔 카메라, 편집실 등의 장비가 방송국 못지않다. [김춘식 기자]

“2번 카메라 위치 다시 잡고요. 녹화 시작합니다. 하이 큐!”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있는 특성화고교인 한강미디어고 본관 7층 방송스튜디오. 이곳에선 뉴스 녹화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 학교 방송기술과 3학년 허은서(19)양의 큐 사인에 카메라 두 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스튜디오 데스크에 앉은 학생들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날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촬영 연습을 하는 3학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스튜디오엔 카메라 3대와 편집실이 있다. 카메라 중에는 크레인에 설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지미집’ 카메라도 있다.
 
일반고나 특목고·자사고 3학년이라면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을 만한 날이었다. 이 학교 3학년 대부분에게 수능은 먼 나라 얘기였다. 허양도 올해 수능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다. 일본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허양은 도쿄에 있는 니혼대 방송학과, 그리고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대 영상학과 시험을 준비 중이다.
 
서울 한강미디어고 2, 3학년 학생들이 22일 본관 7층 방송스튜디오에서 촬영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스튜디오엔 카메라, 편집실 등의 장비가 방송국 못지않다. [김춘식 기자]

서울 한강미디어고 2, 3학년 학생들이 22일 본관 7층 방송스튜디오에서 촬영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스튜디오엔 카메라, 편집실 등의 장비가 방송국 못지않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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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양은 한강미디어고에서 영상을 배우면서 한국과 일본의 감성이 섞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해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자격증도 땄다.
 
중학교 때 허양의 성적은 상위 20~30% 정도였다. 일반고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6학년 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던 허양은 일반고 대신에 특성화고의 문을 두드렸다. 하루빨리 영화 제작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서다. 부모님은 물론 담임교사·진로교사 등도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논리는 “영화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양은 자기 뜻을 꺾지 않았다. 영화제작·영화방송제작 등을 가르치는 한강미디어고의 커리큘럼과 실제 방송국 못지않은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허양은 “학교 스튜디오에서 지미집 카메라를 본 순간 ‘이 학교에 반드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반고에서 3년 동안 대입 공부를 하는 것보다 특성화고에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는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다.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예전에는 실업계고·전문계고라 불렸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특성화고로 통합됐다. 애니메이션·요리·관광·공예·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한다.
 
특성화고는 전국에 약 470곳이 있다. 특성화고와 비슷한 마이스터고는 50곳이다. 두 학교 모두 정부에서 교육비를 100% 지원한다. 학생으로선 학비가 들지 않는다.
 
특성화고가 일반고와 가장 다른 점은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따라 수업을 듣는다는 점이다. 특성화고 학생들도 일반고처럼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을 배운다. 하지만 이런 과목의 수업시간은 일반고의 절반 정도다. 나머지 시간엔 학교별로 학과 특성에 맞는 전문교과를 배운다. 한강미디어고를 예로 들면 방송기술과는 촬영조명·방송콘텐트 제작, 산업디자인과는 조형·시각디자인·제품디자인, 사진영상과는 기초촬영·광고콘텐트 제작·실용사진 등을 배우는 식이다.
 
경북생활과학고 학생들의 제과제빵 수업 모습. [사진 교육부]

경북생활과학고 학생들의 제과제빵 수업 모습. [사진 교육부]

학생들은 자기 장래 희망과 직접 연관된 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그래서 수업에 더욱 집중한다. 다큐사진·예술사진 작가를 꿈꾸는 차승헌(17·사진영상과1)군은 “한강미디어고에 들어와 학교 수업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차군은 중학교 때는 학교 수업을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한다. 국어·영어·수학 같은 과목이 사진작가라는 꿈을 이루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사교육을 받은 덕분에 내신성적은 상위 50% 정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차군은 공부에 흥미를 느껴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학교에 들어온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사진 관련 수업을 들을수록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후 국어·영어·수학 과목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됐다. 내신시험에서 2~3등급을 받을 정도로 성적도 올랐다. 차군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국어·영어·수학 과목 공부도 재미가 생겼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내 꿈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니 공부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교사들도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다는 점을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조경숙 한강미디어고 교육연구부장은 “중학교 때는 성적만으로 학생을 줄 세워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교사의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편집을 잘하거나 사진을 잘 찍으면 칭찬을 받는다.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생명과학고 학생들이 학교 근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전남생명과학고 학생들이 학교 근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사진 교육부]

특성화고 전형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진다. 특별전형이 일반전형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원서 접수를 한다. 가령 서울 지역에선 특별전형은 이달 27~28일, 일반전형은 12월 4~5일 원서를 받는다.
 
일반 전형에선 중학교 석차백분율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특별전형에선 학교별 전형 요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학생을 뽑는다. 마이스터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이와 달리 특성화고는 학교가 있는 시·도의 중학교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특성화고는 재학 중 실무적 내용을 배우다 보니 졸업 후 취업률이 높다. 지난 2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생 기준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50.8%에 이른다. 물론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많다.
 
매직 사업 참여 특성화고 현황

매직 사업 참여 특성화고 현황

특성화고의 과제는 취업의 질을 높이고 현장실습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제주도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숨진 사고를 계기로 현장실습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또 현장실습이 취업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업률 중심으로 특성화고를 평가해 예산을 지원하는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전민희·이태윤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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