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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돌아오니 백지가 된 것 같았죠”

중앙일보 2017.11.27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김미루 작가. 식용벌레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미루 작가. 식용벌레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가 찍은 사진작품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에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작품으로, 제가 이런 곳을 다니면서 현지인들과 생활하고 다른 문화에 들어가서 경험한 스토리 자체로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김미루의 어드벤처』 펴낸 김미루
도발적 퍼포먼스, 사진으로 명성
이번에는 3년에 걸친 사막체험 중
초기 좌절담 등 내면적 얘기 담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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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살며 그림·사진·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하는 작가 김미루(36)는 사막체험을 담아 쓴 책 『김미루의 어드벤처』(통나무·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올 김용옥의 막내딸인 그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20대 시절부터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왔다. 뉴욕 등 대도시의 낯설고 인적없는 공간을 자신의 나체와 함께 찍은 ‘벌거벗은 도시의 우울(Naked City Spleen)’, 미국 중부의 대규모 축산농장에 잠입해 맨몸으로 돼지들과 뒤섞인 ‘돼지, 고로 존재한다(The Pig That Therefore I Am)’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런 작품을 보면 무척 대담하고 저돌적인 예술가가 떠오르지만 이번 책에선 사뭇 다르다. 도시의 편리와 호사에 익숙한 젊은이가 사막이란 낯선 환경에서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 모습이 드러난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작가는 “‘1권’이라고 하진 않았지만 2권, 3권을 더 쓸 것”이라며 “작업하는 과정이 아니라 작업 때문에 다니면서 했던 체험, 그리고 현지인들과 같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점을 포함해 앞으로 계속 쓸 책”이라 말했다. 월간중앙에 연재 중인 글을 묶은 이번 책은 2012년부터 3년에 걸친 사막 체험 중 말리와 몽골을 다룬다. 이후 그는 이집트·인도·모로코 등의 사막을 누볐다. 특히 요르단은 1년 반을 머물며 사막에서 10개월쯤 살았다고 한다.
 
말리의 사막에서 찍은 김미루 작가의 작품. [사진 트렁크갤러리]

말리의 사막에서 찍은 김미루 작가의 작품. [사진 트렁크갤러리]

“사막에서 생활하며 계속 블로그를 썼어요. 사정이 생겨 온라인으로 해두진 않았지만. 사막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 아트라고 생각하면서 일상생활과 경험을 글로 썼죠.”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려 한 동시에 좀 다른 생활도 시도한 모양이다. “사막의 동굴 안에 책상도 들여놓고 사무실처럼 꾸미고 태양열로 불도 썼어요. 근데 오래 있으니까 ‘아트’라는 개념이 없어지더라고요.” 사막에 오래 머물다 잠깐 뉴욕으로 돌아갔을 때는 “백지가 된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모든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을 했어요.”
 
사막 체험을 글로 정리하는 것과 함께 새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도시·돼지·낙타에 이어 이번엔 식용벌레다. 2014년 중국을 여행하다 식용벌레를 처음 먹어본 경험이 계기가 됐다. 식용벌레는 문화권에 따라 징그럽게 여기기도 하지만 식량문제의 대안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고갱의 회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여성들처럼 제가 작품 속에 들어가 과일 대신 식용벌레를 쓰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작품에 직접, 또 나체로 등장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도시 시리즈를 했을 때 아무것 없는 공간에 살아있는 형상을 넣고 싶었는데 제가 직접 하는 게 제일 말이 됐어요. 옷을 걸치지 않으면 시간적, 문화적 요소가 다 제거가 되니까 유니버설하고 원초적인 모습이 되고요. 그게 제가 하는 퍼포먼스가 되고, 낯선 곳도 친근한 곳이 되고, 작가가 바라보고 느끼는 공간이 되죠. 사막처럼 사람이 살기 힘든 곳도 몸으로 들어가서 경험을 해보는 과정이 중요하게 돼요.”
 
책 출간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는 “원래 어렸을 때는 글을 쓰는 게 소원이었는데 미술 쪽을 하게 됐다”며 “전공은 회화인데 사진 작업도 하고 비디오 퍼포먼스도 하는 것처럼 여러 분야를 조금씩 넓게 해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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