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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 ‘4전5기’ 40년 … 반갑다, 친구야

중앙일보 2017.11.27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2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카라스키야(왼쪽)를 반갑게 맞이한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 [연합뉴스]

2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카라스키야(왼쪽)를 반갑게 맞이한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 [연합뉴스]

1977년 11월 27일(한국시간)은 한국 스포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홍수환(67)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이 엑토르 카라스키야(56·파나마)를 상대로 ‘4전5기’의 신화를 쓴 날이다. 명승부가 열린 지 꼭 40년 만에 두 사람이 한국에서 만났다. 홍수환 회장은 카라스키야를 만나자마자 “환영합니다”라며 손을 꼭 잡았다.
4전5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당시 홍수환을 축하했던 현수막. [중앙포토]

4전5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당시 홍수환을 축하했던 현수막. [중앙포토]

 

1977년 4번 다운 뒤 역전 KO승 신화
카라스키야, 이후 시장 거쳐 의원 돼
오늘 타이틀전 기념행사에 초청

홍수환 회장은 27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40년 전 열렸던 타이틀전 기념행사를 연다. 당시 홍 회장과 명승부를 벌인 카라스키야도 초청을 받았다. 21세에 은퇴한 카라스키야는 이후 정계에 입문해 시의원·시장을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역 의원인 그는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카라스키야는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홍수환과 나는 좋은 친구”라고 웃었다. 홍수환 회장은 "내가 반대로 그렇게 졌는데 40주년 기념식을 한다고 부르면 갔을지 모르겠다. 나를 축하해 주겠다고 와준 카라스키야의 사람 됨됨이에 반하게 됐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40년 전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55.34㎏) 초대 타이틀전에서 시작됐다. 홍수환은 11전 11KO승을 자랑하던 ‘지옥에서 온 악마’ 카라스키야와 맞대결했다. 2라운드에서만 무려 4번이나 다운을 당했다. 그러나 홍수환은 3라운드 시작과 함께 벼락같이 카라스키야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카라스키야를 향해 잇달아 강펀치를 날렸다. 결국 홍수환은 로프에 기댄 카라스키야를 몰아붙여 3회 48초 만에 역전 KO승을 거뒀다. 카라스키야는 “그 영상을 참 많이 봤다. 네 번이나 쓰러뜨린 뒤 어퍼컷을 맞았다. 파나마 사람들 모두 슬퍼했다”고 회고했다.
1977년 홍수환(오른쪽)과 파나마의 복싱 영웅 엑토르 카라스키야의 경기 장면.

1977년 홍수환(오른쪽)과 파나마의 복싱 영웅 엑토르 카라스키야의 경기 장면.

 
74년 WBA 밴텀급 챔피언에 오르며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를 외쳤던 홍수환은 한국 선수 최초로 두 체급 석권에 성공했다. 네 번 넘어지고도 다섯 번째 일어난 ‘4전5기’의 신화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희망과 의지를 심어줬다. 카라스키야 역시 그 경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그 경기 덕분에 내가 유명해졌다. 복싱을 통해 나는 많은 걸 배웠고, 정치인도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라스키야와 동행할 예정이던 파나마의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66)은 이날 입국하지 못했다. 두란은 70~80년대 4개 체급(라이트·웰터·수퍼웰터·미들급)을 정복했던 복싱계의 전설이다. 통산 전적은 103승(79KO) 16패. 마빈 해글러(63), 슈거 레이 레너드(61), 토마스 헌즈(59)와의 명승부는 ‘패뷸러스4(F4·위대한 네 명의 복서)’의 대결로 불리며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켰다.
 
마빈 해글러(오른쪽)과 맞붙었던 로베르토 두란의 모습.

마빈 해글러(오른쪽)과 맞붙었던 로베르토 두란의 모습.

카라스키야는 “함께 한국에 오기로 했던 두란은 건강 때문에 아쉽게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수환 회장은 “내년엔 내가 파나마시티로 날아가 두란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영종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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