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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코스닥은 살아 있다’가 되려면

중앙일보 2017.11.27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조현숙 경제부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코스닥은 죽었다’. 2000년 1월 한 증권 전문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코스닥 지수가 추락하자 터져 나온 토로였다. <중앙일보 2000년 1월 8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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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폭락과 회복을 거듭했던 상반기는 그나마 나았다. 하반기는 더 심각했다. 끝없는 내리막이었다. 그해 1월 5일 2629.5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12월 26일 525.80으로 마감했다. 1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허공에 날아간 돈(시가총액)은 67조원에 달했다.
 
지금과 달리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입김이 세지 않았던 때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 몫이었다. 월급을 모아 마련한 목돈을 쏟아부은 직장인,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은 은퇴자, 생활비를 아껴 만든 쌈짓돈을 투자한 주부, 여기저기 끌어온 돈으로 투자에 나선 대출자. 한 해 전인 1999년 정보기술주(IT) 열풍을 보고 코스닥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였다.
 
99년 70배(한글과컴퓨터) 뛴 주식도 있었고 10배(한국정보통신·한국개발투자·테라 등) 뛴 종목도 30개가 넘었다. 그러나 1년 만에 휴짓조각이 된 종목이 넘쳐났다. 거품이었다.
 
17년이 흘렀다. ‘형님’ 코스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코스닥이 오랜만에 웃었다. 지난 24일 코스닥 지수는 잠깐이긴 했지만 803.74를 찍었다. 장중 800선을 넘어선 건 10년 만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 많은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 코스피 상승으로 개인 투자자도 덩달아 웃었다.
 
코스닥 지수가 오를 때마다 한쪽에서 불안의 목소리도 함께 올라간다. 과열 논란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2400과 2500을 넘어서며 빠르게 상승할 때도 이렇게 과열 논쟁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코스닥의 역사에 있다. 코스닥 대폭락은 2000년 만의 일이 아니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가짜 논문 사태와 맞물린 바이오 거품주 폭락도 있었다. 코스닥을 무대로 한 주가 조작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질주하는 코스닥을 보고 과열 우려부터 나오는 까닭이다. 코스닥 거품이 무너지고 주가 조작으로 개인 투자자 피해가 번질 때마다 ‘금융 당국은 뭐했냐’는 한탄의 목소리가 컸다. 10년 만에 불어온 훈풍이다. 코스닥 800에 축포부터 터뜨리기보다 당국은 코스닥 시장 건전성 관리, 감시의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코스닥은 살아있다’라고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말이다. 
 
조현숙 경제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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