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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다시 그리는 우리 경제의 세계 지도

중앙일보 2017.11.27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405년 중국 명나라 영락제는 정화를 사령관으로 대규모 선단을 남쪽으로 내려보낸다. 큰 함선만 62척, 승무원만 2만7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정화의 함대는 지금의 베트남·인도네시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7차례 대원정을 하게 된다. 1940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의 명분으로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한다.
 
지금도 양국의 영향력은 동남아 사회와 산업 전반에 남아 있다. 아세안 지역은 인구 6억5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2조6000억 달러의 거대 경제권이다. 중위 연령이 28세로 매우 젊고, 연 5% 이상의 성장을 하는 역동적인 지역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끊임없이 협력의 손길을 내미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8일부터 7박 8일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 아세안 순방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세안의 잠재력이 크기도 하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한국의 대외 경제정책에 ‘신남방정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북방정책’과 함께 우리 경제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을 선언하며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전으로 ‘사람(People) 공동체’, ‘평화(Peace) 공동체’,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라는 3P 공동체를 제시했다.
 
대다수 아세안 국가는 식민지배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동시에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을 삶을 개선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을 통해 그 꿈을 함께 실현하자고 선언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한국과 아세안 협력 관계를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 교류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또 교통과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순방을 수행하면서 아세안의 주요 경제장관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를 비롯해 성장에 필수적인 도로·항만 등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원했다. 이런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아세안을 동반자로 여기고 그들과 함께 발전의 사다리를 오르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기업도 장기적인 아세안 투자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세안과의 글로벌 가치사슬 연계를 고도화함으로써 아세안 역내자유무역지대를 십분 활용하고, 세계시장 수출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신남방정책’이라는 큰 그림은 그려졌다. 정부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자유화 협상을 가속화하는 한편, 아세안 각국의 발전여건과 특성에 맞춘 국가별 진출전략을 마련해 우리 기업이 남방으로 가는 길을 닦을 것이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 경제의 지도를 더 원대하게 그려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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