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저임금 인상, 성장에 도움 안 되고 대량 실업 우려”

중앙일보 2017.11.27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 세미나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 세미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인위적인 임금 인상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미약하다. 오히려 기업에 타격을 주고, 대량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 세미나
기업에게 타격 줘 노동 수요 줄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 한계
경기 하강 대비 구조개혁 서둘러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기업 경쟁력 약화와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은 지난 24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에서 ‘서강학파가 본 한국경제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 세미나(사진)를 개최했다. 서강학파는 서강대 출신 경제학과 교수와 관료의 모임을 일컫는다. 1970년대 고도성장의 주역 중 하나인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대부’로 꼽힌다.
 
박정수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임금이 인위적으로 오르면 총수요는 확대될지 모르나, 국내 기업의 비용 경쟁력은 떨어지고 특히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기술을 자본 집약적인 기술로 대체하면 노동 수요는 더 떨어져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소득주도로 성장을 이룬다는 주장은 잘못된 기대”라고 덧붙였다.
 
결국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박 교수는 “지속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선 투자와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규제 개혁, 혁신 역량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내년에는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한식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3분기 이후의 회복세가 꾸준히 지속하다가 내년 3분기부터 성장 추세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 교수는 “수출 호조가 내수 확대로 파급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져 경기 상승세가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창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과 소비 부분은 회복세를 유지하는 반면 설비·건설 등 투자 전망은 밝지 않다”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 역시 내년에는 주춤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확장 국면을 지속한 미국의 경제 성장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중국도 누적된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제발표 이후에 토론회에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김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중단없이 실행할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구조개혁은 미흡하다”라며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 하강과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 구조개혁 부진 등이 겹쳐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의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득주도와 성장이 함께 간다는 건 소설 같은 이론”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이어가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인실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장은 “복지정책을 하려면 결국 증세를 해야 하며, 이를 솔직히 알려야 한다”라며 “증세 효과를 위해선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순의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