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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yes or no]⑥평창패딩, 선망과 혐오 사이

중앙일보 2017.11.27 00:01
‘평창패딩’의 인기가 뜨겁다. 평창패딩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념해 롯데백화점과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 함께 기획하고 신성통상이 만든 제품으로, 거위털(구스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한 롱 패딩 점퍼다. 10월 26일 평창 동계 올림픽 온라인스토어와 롯데백화점에서 처음 출시된 후 입고일마다 백화점 앞엔 이걸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평창 롱패딩'. 흰색, 검정색, 회색의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사진 평창올림픽 공식홈페이지]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평창 롱패딩'. 흰색, 검정색, 회색의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사진 평창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지금은 대기줄 순번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만큼 핫한 아이템이지만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 같은 품절대란이 일어나기 전 일찌감치 평창 패딩을 구입했다는 이현진(34)씨는 “백화점에 갔다가 팔고있길래 구입했다"며 "당시만 해도 패딩을 구경하는 사람조차 별로 많지 않았다”고 했다. 

20~60대 성인 남녀 576명에 물었더니
“뛰어난 가성비” vs “반짝 인기 그칠 것”
호감 압도적 많지만 입을 생각은 없다?

인기가 시작된 건 11월 4일 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2017 드림 콘서트 인 평창’ 이후부터다. 콘서트 엔딩 무대에서 가수 선미와 하니 등 걸그룹 EXID 멤버들이 입고 있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평창 롱 패딩'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수량이 다 팔리더니 평창패딩이 추가 입고되는 전날 밤부터 매장 앞에 긴 대기 행렬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11월 4일에 열린 '2017 드림콘서트 인 평창' 엔딩 무대에서 가수들이 평창패딩을 입고 노래하고 있다. [사진 드림콘서트 영상 캡처]

11월 4일에 열린 '2017 드림콘서트 인 평창' 엔딩 무대에서 가수들이 평창패딩을 입고 노래하고 있다. [사진 드림콘서트 영상 캡처]

힘들게 산 만큼 평창패딩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평창패딩을 입고 스케이트 타는 흉내를 내는 세레모니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커플·친구나 모녀가 함께 평창패딩을 입고 사진을 찍어 '승리자'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15시간을 기다려서 샀지만 보람되다’라는 댓글이나 ’블랙 105사이즈를 가지고 있는데 흰색 105 사이즈와 바꾸고 싶다’고 거래 제안도 쉽게 볼 수 있다.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14만9000원짜리 패딩을 17만원에 되판다는 상인도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평창패딩 세레모니 사진. 평창패딩을 입고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흉내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평창패딩 세레모니 사진. 평창패딩을 입고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흉내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롱 패딩이라는 일반명사가 아예 '평창패딩'으로 바뀔 정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롱 패딩을 주로 운동선수가 즐겨 입기에 ‘운동선수 패딩’이나 '벤치 패딩'으로 불렀다. 어쩔 땐 연예인이 촬영 전 무대의상 위에 보온용으로 입는다는 의미에서 ‘연예인 패딩’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겨울엔 공식 올림픽 기념 제품 외의 다른 브랜드 롱 패딩까지 모두 '평창패딩'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다. 
싸고 따뜻해 세대 초월한 인기
11월 2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팝업스토어에서 평창패딩을 구입한 후 환호하고 있는 최대한(왼쪽)군과 양지우양. 임현동 기자

11월 2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팝업스토어에서 평창패딩을 구입한 후 환호하고 있는 최대한(왼쪽)군과 양지우양. 임현동 기자

패딩 인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올해 유독 왜 이리 이 옷에 열광하는 걸까. 10~60대 성인 남녀 576명(남성 229명, 여성 347명)에게 직접 물어봤다. 설문에는 SM 컨텐츠앤커뮤니케이션즈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사용했다.  
일단 응답자 절반 이상이 호감을 표시했다. 응답자 62.5%(360명)이 ‘좋아 보인다’고 답했다. ‘좋지 않아 보인다’고 답한 사람은 13.9%(80명)에 그쳤다. 호감의 이유로는 ‘다른 롱 패딩에 비해 싸기 때문에’란 응답과 ‘동계올림픽 기념 한정판이라서’이라는 대답이 각각 30%로 가장 많았다. ‘따뜻해 보여서’(24.7%)라는 이유도 꽤 큰 편이었다. 
성별이나 세대별로는 호감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남녀 차이는 없었다. 남녀 각각 응답자의 64.2%(남성), 61.4%(여성)가 평창패딩에 호감을 나타냈다. 
세대별로는 동일세대 응답자 비율이 58~65%대였다. 흥미로운 건 패션에 민감한 젊은 층보다 오히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미묘하게나마 평창패딩에 호감을 표시한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동일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호감도가 가장 낮은 건 30대(58.6%)였고, 가장 높은 세대는 50대(66.3%)였다. 60대 역시 62.1%의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이유도 달랐다. 20~30대는 동계올림픽 한정판이라는 점과 저렴한 가격을 매력으로 꼽았지만 50~60대는 ‘따뜻해 보인다’거나 ‘멋있어 보인다’는 기능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의견이 많았다. 
이미 롱 패딩을 많이 입어본 젊은 층은 기존 패딩과 다른 평창패딩만의 장점에 주목하는 반면 평창패딩 소동을 계기로 비로소 패딩의 매력에 새롭게 눈뜬 중장년층은 롱 패딩이라는 겨울 아우터 자체의 장점을 높이 산 셈이다. 

11월 22일 평창패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섰다. 임현동 기자

11월 22일 평창패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섰다. 임현동 기자

호감을 보인 사람이 더 많기는 하지만 비호감도 꽤 있다. ‘조금만 지나면 유행이 지나 못 입을 것 같다’(26.2%)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촌스럽다’거나 ‘운동선수 같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온 것 같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요즘 나오는 다른 롱 패딩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뛰어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트렌드코리아2018』의 공동저자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평창패딩에 대해 "2018년도 트렌드 키워드로 뽑은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에 딱 맞는 상품"이라며 "스페셜 에디션을 손에 넣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좋은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리적·감성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평창패딩은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성비 좋은 물건의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동계올림픽 한정판이라는 '특별한 제품'이라는 정서적인 요소까지 결합되어 큰 인기를 끈다는 설명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롱 패딩 패션 트렌드에도 딱 맞는다.
모두 같은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있는 한 고등학교 급식실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모두 같은 검정색 롱패딩을 입고 있는 한 고등학교 급식실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이게 다가 아니다. 반전이 있다. 응답자의 62% 이상이 평창패딩이 좋다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사서 입고 싶느냐는 질문에는 4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호감을 표시한 사람 중에 '입을 생각 없다'고 하는 사람이 38%나 됐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서’ ‘한철 패션’ ‘내 스타일과 다르다’ 등이었다. 김상영(42)씨는 "좋은 취지에 비교적 싼 가격까지 다 좋지만 올림픽이 지나면 월드컵 때 입었던 '비 더 레즈'(Be the Reds) 빨간 티셔츠처럼 더이상 입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상품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입다보니 내 개성을 표현할 수 없는 몰개성 상품이 되어 버렸다"고 평했다. 
평창패딩은 오는 11월 30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애비뉴엘 월드타워)에서 추가 판매될 예정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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