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삼성·LG '적과의 동침'...내년 LG LCD단 삼성TV 나온다

중앙일보 2017.11.26 23:00 경제 3면 지면보기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사진: LG디스플레이]

이르면 내년 초 LG디스플레이가 만든 액정표시장치(LCD)가 장착된 삼성 TV를 매장에서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거래 물량은 10만대 안에 그치겠지만, 라이벌 회사끼리 핵심 부품 거래선을 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LCD 공급 협상 마무리 단계
"70만대분 예상했지만, 납품 물량은 10만대 안쪽"
샤프전자 갑작스런 공급 취소 결정으로 삼성이 LG에 SOS
"내년, TV 수요 증가 예상…삼성, 안정적인 LCD 거래선 필요"

26일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1년여를 끌어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TV용 LCD 패널 공급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며 "빠르면 내년 초부터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TV용 LCD패널이 삼성전자 TV에 장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물량은 최종 조율 중이지만, 10만대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 온 LG전자 계열사로부터 LCD를 공급받는 첫 사례가 된다. 올해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해 "오래 사용하면 화면에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 불량(번인)이 나타난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제기해왔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13년까지만 해도 OLED 기술 유출 공방, LCD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갈등 관계에 있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가 '라이벌' LG전자 계열사로부터 LCD를 공급받기로 한 데는 삼성전자에 LCD를 납품해 온 일본 샤프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공급 물량을 끊은 사건이 크게 작용했다. '반한'·'반삼성' 성향으로 유명한 궈타이밍 대만 홍하이 그룹 회장이 샤프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에 LCD 공급을 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TV 핵심 부품인 LCD 일부 물량을 당장 구할 길이 사라진 삼성전자는 긴급하게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밀게 됐다. 삼성전자도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계열사로 삼성디스플레이를 두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를 위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LCD를 공급할 여력이 없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저가 LCD TV는 물론, 프리미엄 제품인 퀀텀닷(QLED) TV에도 LCD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된 LCD 공급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 Q9F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QLED TV Q9F [사진 삼성전자]

당초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하게 될 물량을 70만대 정도로 예상했다. 샤프가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은 물량이 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납품할 LCD 물량은 10만대 안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납품 물량이 줄어든 건 올 하반기부터 LCD 패널 공급이 늘었고, 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윗츠뷰(Witsview)가 분석한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올 1월 초 203달러(약 22만5000원)에서 이달 말 169달러(약 18만4000원)로 떨어졌다. 이준호 삼성전자 부장은 "하반기 패널 공급이 늘어나며 샤프가 갑자기 줄인 LCD 물량을 BOE 등 중국 제조사로부터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

LG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LCD 생산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가동률은 올해 3분기 100%에 이르러 이미 생산 라인도 포화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나아진 글로벌 LCD 수급 상황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에서 조금이라도 공급을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내년 이후의 거래 관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광시야각을 구현하거나 해상도를 높였을 때 어두워질 수 있는 밝기를 보완하는 기술 등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에 대한 양 사 간 견해차가 대폭 좁혀지면서 앞으로도 매년 필요한 물량을 협상해 공급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TV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LCD 패널 가격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로서는 내년이 안정된 LCD 공급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란 것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짝수 해마다 LCD TV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내년은 평창 동계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며 "내년 TV 수요가 뚜렷하게 회복되면 중·대형 LCD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패널 가격 하락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