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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③서브 아티스트 삼성화재 김정호

중앙일보 2017.11.26 21:27
삼성화재 김정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김정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해 현대캐피탈의 히트상품은 '시우 타임'이었다. 원포인트 서버 이시우(23)는 강서브로 경기 후반 승부의 흐름을 바꾸곤 했다. 이시우는 서브 덕분에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올시즌 현대캐피탈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화재도 '복덩이'를 찾았다. 신인 윙스파이커 김정호(20)의 예리한 서브다. '정호 타임'이 늘어나면서 삼성화재도 신나는 선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정호는 개막 후 3경기에선 결장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전력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정호는 이달 3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첫 서브 에이스를 올리며 시동을 걸었다. 긴장을 푼 김정호의 서브는 무섭게 날아갔다. 7일 대한항공전에서는 5개의 서브 중 2개를 에이스로 연결했다. 사흘 뒤 열린 대한항공과의 리턴 매치에서는 13개의 서브를 넣는 동안 범실 1개만 하고 득점 3개를 기록했다. 27일 현재 53개의 서브를 넣는 동안 에이스 8개, 범실 8개를 기록했다. 에이스는 아니지만 상대 리시버를 흔들어 득점을 이끌어낸 것도 19개나 됐다. 놀라운 정확도와 날카로움이다.
 
김정호의 서브는 문성민이나 파다르 같은 '대포알'과는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처럼 빠르거나 파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코스를 노리는 건 자신있다. 상대 팀 리시브가 약한 선수를 공략하거나 두 명 사이를 노려서 공을 보낸다"고 했다. 리시버들이 서로 미루다 흔들리는 걸 노리는 것이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알려주신 곳으로 정확하게 넣는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코스를 노리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서브 타이밍이 좋고, 잘 감아때린다"고 했다.
 
또다른 그의 강점은 '심장'이다. 신진식 감독은 "대학 시절부터 지켜봤는데 담력이 참 좋다. 떨지 않고 자기 서브를 넣는다"고 했다. 삼성화재 구단관계자도 "연습 경기 때부터 서브 하나는 기막혔다. 복덩이가 들어왔다고들 얘기했다"고 말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 역시 "배짱이 좋은 친구"라고 했다. 김정호는 "첫 경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많이 긴장했다. 형들이 자신이 있게 하라고 했지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긴장보다 '들어가서 하나라도 해주자'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인인데 이렇게 기회를 많이 주실 줄은 몰랐다. 코칭스태프와 형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18일 대전에서 열린 도드람 2017~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삼성화재 김정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18일 대전에서 열린 도드람 2017~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삼성화재 김정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그는 서브를 넣을 때 특별한 루틴이 없다. 이유가 있다. 8초라는 제한시간을 충분히 쓰기 위해서다. 김정호는 "공을 튀기고 손으로 돌린 뒤 심호흡을 하고 바로 넣는다. 8초를 여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팀 훈련 때도 연습하지만 서브는 개인 연습도 하고 있다. 감독님이 봐 주실 때도 있다. '예리하게 넣으라'는 말을 해주셨다"고 했다. 신치용 단장에게 칭찬을 받은 적도 있다. 김정호는 "평소엔 단장님과 얘기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대한항공전이 끝난 뒤 "그렇게 하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힘이 났다"고 했다.
 
김정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경희대 2학년이던 올해 과감하게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그는 "도전이었다. 프로가 되서 훌륭한 시설에서 체계화된 훈련이나 몸 관리를 하고 싶었다. 좋은 환경에서 뛰면 실력이 더 늘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원래 목표가 2라운드였는데 처음보다 얼리 엔트리로 나온 사람들이 늘어나 조금 걱정했다. 삼성에서 뽑아주셔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삼성화재 팬들도 김정호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팬들이 소리를 지르고 사진이나 사인을 부탁하시면 깜짝 놀란다. 조금 어색하다"고 털어놨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에 빗대어 만든 삼성화재 배구단의 김정호 소개 이미지. [삼성화재 블루팡스 제공]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에 빗대어 만든 삼성화재 배구단의 김정호 소개 이미지. [삼성화재 블루팡스 제공]

'삼성화재'는 강훈련으로 유명한 팀이다.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고교, 대학 때까진 좀 편하게 운동했다. 그래서 걱정했고, 와 보니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웃었다. 김정호는 "고참 형들은 10살 넘게도 차이가 나서 대화하기가 솔직히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래도 연차가 낮은 형들이 도와줘서 좋다. 룸메이트 (김)형진 형도 성격이 밝고 착해서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김정호는 아직까지 원포인트 서버로만 나서고 있다. 신진식 감독 역시 "당분간은 서브만 넣게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호 자신도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기본기가 부족하다. 자세도 그렇고 근력도 부족하다. 감독님에게도 맣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은 서브로만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이 흔들리거나 부상이 있을 때 들어가서 플러스 요인이 되게 만드는 게 올시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감독님의 플레이는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잘 하셨다고 하더라. 특히 기본기가 좋다고 하더라"며 "프로 오기 전까지는 롤모델이 없었는데 수비를 잘 하는 석진욱 선배님이나 송희채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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