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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달 무인탐사도 2030년으로 미뤄질판

중앙일보 2017.11.26 17:50
 한국의 우주산업이 선진국에 크게 뒤처졌다고 말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우주항공 경쟁력 평가기관인 퓨트론에 따르면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 8위다. 이 중 광학위성 등 지구관측위성은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 자체 개발 발사체는 2020년
NASA와 '달 탐사' 1단계 협력중
일관성없는 정부 추진계획이 걸림돌

 문제는 발사체다. 발사체란 위성ㆍ우주선 등을 궤도에 쏘아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로켓이다. 달을 가든 화성을 가든 우주탐사의 진정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은 “자동차나 조선은 외국 기술을 배워 와서 열심히 따라잡으면 됐지만 발사체 기술은 기술 통제 탓에 배울 선생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서방 7개국은 발사체를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보고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를 발효시켜 발사체 기술이전을 금지했다. 항우연은 1989년에야 설립돼 그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한국형발사체 모습.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모습. [항우연]

 한국은 이미 2013년에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를 개발했다. 하지만 기술의 핵심인 1단 로켓엔진을 러시아가 개발해 진정한‘한국형’이라 부를 수 없었다. 당시 연구원들은 러시아의 통제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1단을 ‘블랙박스’라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항우연은 앞으로 약 2년 뒤인 2020년 순수 국내기술로만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KSLV-Ⅱ)’ 성공을 확신한다. 최근 애를 먹이던 엔진의 연소 불안정 문제도 해결해 연구원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발사체 개발과 맞물려 있는 것이 달 탐사 프로젝트다.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해 달에 궤도선과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미국ㆍ유럽 등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한국의 첫 우주 탐사로서 의미가 크다.  
달탐사 상상도 [항우연]

달탐사 상상도 [항우연]

 달 탐사는 ‘시험용 달 궤도선-달 궤도선-달 착륙선’으로 구성된다. 항우연은 현재 시험용 달 궤도선 사업을 미국 NASA와 협력하고 있다. 총 550㎏인 시험용 달 궤도선에는 고해상도카메라(항우연), 광시야편광카메라(천문연구원),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감마선분광기(지질자원연구원), 우주인터넷탑재체(전자통신연구원), 섀도우캠(NASA)등 6개의 과학기기가 실린다. 목표는 2020년으로 총 19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황진영 항우연 미래전략본부장. 이소아 기자

황진영 항우연 미래전략본부장. 이소아 기자

 황 본부장은 “어느 정도 국력이 되는 나라치고 발사체 없는 나라가 없다”며 “발사체 기술, 우주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해야 국제적인 우주탐사 프로젝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NASA측은 달 탐사 프로젝트 협력을 계기로 화성탐사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도 참여해주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달탐사ㆍ한국형발사체 무기연기’설이 과학계의 우주탐사 열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하는데, 여기에 한국형 발사체와 달 탐사 개발 일정이 2030년까지 대폭 연기되거나 명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우주 프로젝트가‘혈세 낭비’라고까지 지적한다. 이미 올해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67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9% 줄었다. 지난해 미국 우주예산인 393억 달러(약 44조5000억원)의 65분의1 수준이다. 중국(61억 달러)이나 일본(36억 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한국 우주개발의 최대 난제는 정치논리 개입과 규제”라며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ㆍ일본까지 세계가 모두 달에 집 짓고 탐사하는 걸 확정지었는데 한국만 뒤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우주문제는 (주로 5년 프로젝트라) 5년 전에 정해놓지 않으면 실행은 10년 뒤에나 가능한데 시간까지 기한이 없다면 심각한 상황”이라며 “2030년이면 이미 미국은 물론 중국ㆍ일본인들이 수년 이상 살고 있는 달 기지에, 갓 쓰고 도포 입고 탐사하겠다고 내려가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전문가들은 달 탐사가 단순한 탐사계획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05년 1767억 달러였으나 2015년 3230억 달러(약 366조원) 규모가 됐다.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세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달탐사를 통해서 우주항행ㆍ심우주통신ㆍ달착륙기술 등을 확보하고 우리의 우주운송수단인 우주발사체기술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며 “결국 달로 갈 것인가 아닌가는 지도자의 결정과 국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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