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능 이의신청 600건 넘어…올해는 출제 오류 없을까

중앙일보 2017.11.26 17:04
2018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 3일이 지난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6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서울 서초고 학생들이 24일 가채점을 한 뒤 교사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8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 3일이 지난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6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서울 서초고 학생들이 24일 가채점을 한 뒤 교사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이의신청이 600건을 넘은 가운데, 올해 수능에서도 출제 오류가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국어, 수학 순
생활과 윤리 18번 이의신청 가장 많아

수능 도입 이후 총 8건 문제오류 인정
27일까지 접수 가능, 12월 4일 정답 공개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26일 오후 2시 기준 634건의 이의신청이 등록됐다. 사회탐구가 4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학탐구(102건), 국어(65건), 수학(31건), 영어(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최동문 평가원 홍보출판실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이의신청 접수 건수가 많아졌다”며 “지난해에는 수능이 치러진 이틀 뒤에 355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올해는 397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가장 많이 이의신청이 접수된 '생활과 윤리' 18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가장 많이 이의신청이 접수된 '생활과 윤리' 18번 문항.

사회탐구에서도 이의신청이 가장 많은 과목은 ‘생활과 윤리’였다. 18번 문항에 170명의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는 8개 과목을 통합한 과학탐구의 이의신청(102)보다 많다. 이 문제는 해외원조에 대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해석하는 문제다. 평가원 측은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입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3번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존 롤스는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질서 정연한 국가라면 원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정답인 3번도 틀렸다고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노승월 종로학원하늘교육 생활과 윤리 강사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대상으로 간주해선 안된다’는 것은 어떤 국가의 원조 여부를 결정할 때는 자원 부족 여부가 아니라 정치, 사회적 측면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해야 한다”며 “롤스는 자원의 부족 여부를 원조의 기준 여부로 삼지 말자고 주장했기 때문에 3번 보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고 말했다.
 
국어과목에서 꾸준히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41번 문항. 이 문제는 교사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국어과목에서 꾸준히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41번 문항. 이 문제는 교사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국어과목에서는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이 이번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은 41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디지털 통신 시스템의 부호화 과정’을 소재로 한 기술 지문에서 다뤄진 개념을 바탕으로 부호화 과정을 추론하는 문제다. 평가원이 내놓은 정답은 4번이지만, 이의신청자들은 “단순하게만 추론한다면 4번이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시문 전체를 고려하면 4번을 ‘오류가 없는 정답’이라고 확정하기엔 무리가 있어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진 동국대사대부속여고 국어교사는 “삼중부호화는 같은 숫자를 세 번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10’인 ‘비’는 ‘111000’으로 바뀌고, 차동부호화는 1일 때는 양음이 바뀌고, 0일 때는 기존 값을 유지하기 때문에 4번이 정답이 맞다”고 말했다.  
 
수능 국어영역에 등장한 고시조 '비가'는 수능과 연계되는 EBS 교재와 표기가 달라 논란이 됐다.

수능 국어영역에 등장한 고시조 '비가'는 수능과 연계되는 EBS 교재와 표기가 달라 논란이 됐다.

최근 논란이 됐던 국어영역 33~37번 문제는 출제오류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수능 문제지와 EBS 교재가 같은 고시조의 한자를 다르게 표기해 문제가 됐다. 수능 문제지에는 ‘송암유고’의 ‘비가’ 1수의 마지막 구절이 ‘반갑다 학가선객(鶴駕仙客)을 친히 뵌 듯하여라’라고 표기돼 있지만 올해 수능·EBS 연계교재였던 ‘2018학년도 수능완성 국어’에는 ‘학가선객’ 대신 ‘학가선용(鶴駕仙容)’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원본은 확인이 어렵고, 가장 최근 연구자료를 원전으로 삼았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은 하루 이틀 있었던 문제가 아니다. 수능 시험이 도입된 1994년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고 복수정답 처리한 경우는 8번이었다. 2004학년도(언어), 2008학년도(물리Ⅱ), 2010학년도(지구과학Ⅰ), 2014학년도(세계지리), 2015학년도(외국어, 생명과학Ⅱ), 2017학년도(한국사, 물리Ⅱ) 등이다. 최근 4년간 치러진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없었던 해는 2016학년도 단 한 번뿐이었다. 특히 지난해 수능에서는 출제 오류 문항이 2개씩이나 나왔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수능 오류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수능 출제 오류 개선·보완 대책'을 내놨다. 개선안에는 8명 안팎의 검토지원단을 구성하고 오답지 근거 사실을 필수로 확인하는 등 검토를 강화하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도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지구과학Ⅰ은 복수정답이 인정됐고, 직업탐구영역 기초제도 과목에선 정답을 변경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평가원은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수능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다음 달 4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