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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충견'은 싫다" 켈리 실장과 틸러슨 장관의 '마이웨이'

중앙일보 2017.11.26 12:59
렉스 틸러슨(왼쪽) 국무장관과 켈리 백악관비서실장이 이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시 국회연설을 앞두고 나란히 앉아 배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렉스 틸러슨(왼쪽) 국무장관과 켈리 백악관비서실장이 이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시 국회연설을 앞두고 나란히 앉아 배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트럼프의 눈치만 보는 충견으로 있을 순 없다."

NYT,"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이방카-쿠슈너 퇴출 논의"
틸러슨 장관은 이방카 국제회의 참석에 "국무부 지원 없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트럼프 패밀리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 내부 관계자 3명을 인용, "켈리 실장이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백악관 보좌관)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백악관 선임고문)를 올해 연말까지 웨스트윙(백악관 집무실)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켈리 실장은 지난 7월 비서실장에 취임한 이후 흐트러진 백악관 기강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작업을 해 왔다. 그는 평소부터 "쿠슈너는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모든 건 나를 통해 보고하라"며 쿠슈너가 비서실장인 자신의 통제 하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임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가 쿠슈너에 "당신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물었다가 "무슨 상관이냐"는 핀잔을 들은 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해도 된다"고 꼬리를 내렸던 것과는 180도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강 권력'으로 불리는 이방카-쿠슈너 부부에 대한 도전장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9월 19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자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 9월 19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자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AP=연합뉴스]

 
NYT 보도를 접한 트럼프는 백악관에 이메일을 통해 "쿠슈너는 중동평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대선 초반부터 지금까지 매우 효과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신임을 확인했다. 켈리 실장도 일단 보도를 부인했다.
 
틸러슨 장관의 '마이웨이'는 보다 직접적이다. 
틸러슨은 오는 28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 2017)'에 미국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이방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 대표단을 별도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28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미국 대표로 참석하게 되자 국무부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

28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미국 대표로 참석하게 되자 국무부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

 
미 국무부 주도로 2010년 창설된 이 회의에 이방카가 미국을 대표해 참석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CNN은 "백악관 일각에선 이런 (틸러슨의) 조치를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간의 불화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개최국인 인도에선 이방카에 국빈급 만찬과 경호를 준비하고 있는 데, 정작 미 국무부에선 누구도 이방카를 수행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미 국무부는 내부적으로 중앙아시아 담당 앨리스 웰스 차관보대행을 이 회의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틸러슨 장관이 이를 취소시켰다고 방송은 전했다. 때문에 미 국무부 내에서조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방카를 콕 찝어서 초청을 한 만큼 미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케냐 회의와 지난해 미국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2013년 말레이시아 회의에는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오른쪽)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오른쪽)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중앙포토]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의 눈치만 살피는 일부 각료와 달리 켈리 실장과 틸러슨 장관 등은 자신들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며 과연 트럼프가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지, 혹은 내칠 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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