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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포항 액상화 지수 일부 지역 5에서 15 사이 예상, 위험도 높아”

중앙일보 2017.11.26 12:08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이 22일 울산 국립재난연구원 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이 22일 울산 국립재난연구원 원장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일본처럼 지진을 총괄하는 ‘지진방재센터’를 별도로 세워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한다.” 
심재현(55·사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지진 연구와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단독인터뷰
“2~3년 안에 국가지진방재센터 만들어야”

"민간 전문가 발언 사회적 책임 중요" 강조
“학자들의 단편적·단발성 의견 경계해야”
포항 진앙 주변서 액상화 여부·정도 조사중

 
22일 오전 11시 울산 중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실에서 심 원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지진 이후 연구원이 있는 울산 사무실과 포항 현지 진앙 및 피해 지역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심 원장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진앙 주변 등 액상화가 추정되는 현장도 직접 점검했다. 그는 액상화 현상과 관련해 “일본에서 규모 6.0 이상 지진이 났을 때 액상화로 건물이 파괴된 사례가 있었지만 규모 5.0 정도에서는 못 봤다”며 “포항 지진의 액상화 현상과 관련해, 한 달 정도 뒤 정밀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한 시간 뒤 다시 포항에 가야 한다”며 급히 햄버거를 베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진 피해 현장에서 정부와 민간 전문가끼리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가 정보 왜곡을 막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일정을 상의하지 않고 중구난방 다니며 불안 요인을 캐고 다닌다. 역량을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학자는 과학적 수치뿐 아니라 자신의 단편적·단발성 판단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야 한다. 
 
중구난방인 의견을 모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닌가.
제도적으로 통제가 어렵다.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지진 현상 전문가, 지질 전문가, 토목공학 전문가, 지반 전문가 등이 모여 논의해야 한다. 이견이 많고 합의가 어렵다. 같은 장소를 본 전문가끼리도 누구는 ‘위험하다’고 하고, 누구는 ‘과장됐다’고 한다. 합의 과정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또한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 아닌가.
정부 각 부처가 모인 중앙수습지원단이 포항 현지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진 총괄 기구가 필요하다. 일본은 내각부 소속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기상청,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 지질종합센터(AIST) 등과 연합을 이뤄 지진 연구와 정책 심의, 기술 개발 등을 총괄 조정한다. 한국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기능적으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협력체계를 이루기 어렵다. 행정안전부가 활성단층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주변 조사, 기상청이 지진 계측을 각각 나눠 담당한다. 일본 기관과 유사한 국가지진방재센터를 만들어 지진의 역사부터 관련 제도까지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해야 한다.
 
새 기구를 만드는 게 능사인가.
어차피 각 기관이 하던 일을 총괄한다는 의미다. 최근 경상북도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있지 않나. 경북과 경남·부산을 아우를 수 있는 울산에 허브(Hub)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부산대 지진방재센터 주변의 전문 기관과 함께 클러스터를 이루는 거다. 행안부에 이와 관련한 인력 충원 계획을 제출했다. 내년에 관련 기획연구를 시작해 2~3년 안에 국가지진방재센터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지진 대응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심재현 원장. [사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진 대응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심재현 원장. [사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심 원장은 “기존 도면으로 된 정보를 디지털화해 ‘국가 안전 주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홍수·단층·액상화 등 주제별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 허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규모 5.4 지진 때문에 수능이 1주일 연기됐다. 지난해 9월 강진(5.8) 이후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나아진 것도 많다. 4층 원장실에서 진동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긴급재난문자가 오더라. 빨라졌다. 수능 연기도 신속하게 결정했다.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에 텐트를 설치한 것 역시 잘했다. 또 기존 정부 지원 체계는 수해 중심이었다. 수해는 눈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지진은 알기 어렵다. 지진에 맞춰 지원금 등을 확대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기상청과 함께 액상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포항 지역 8곳에서 땅속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이 시료를 국토교통부 자료 등과 분석해 액상화 정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심 원장은 “정밀조사 전 간편법으로 액상화 가능성, 연약지반의 형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 처음 보는 현상인 액상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과장된 면이 있다. 포항의 대성아파트가 액상화 때문에 기울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더라. 비과학적이다. 액상화 때문이면 6개 동 가운데 왜 한 동만 기울어졌나. 땅속탐사레이더(GPR)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규모 6.0 이상 지진이 났을 때 액상화로 건물이 파괴된 사례가 있지만 5.0 정도에서는 못 봤다. 
20일 심재현 원장이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 주변 논에서 액상화 조사를 위한 시추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최은경 기자

20일 심재현 원장이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 주변 논에서 액상화 조사를 위한 시추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최은경 기자

조사하고 있는 곳은 액상화가 일어난 게 맞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연약지반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10 이하면 연약하다는 뜻으로 액상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최종 조사 결과는 한 달 후 쯤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액상화 정도를 알 수 있는 액상화 지수는 0일 때 위험도가 거의 없으며 0에서 5 사이는 위험도가 낮고, 5에서 15 사이는 위험도가 높다. 조사 결과 일부 진앙 주변에선 5에서 15 사이 지수가 예상된다. 이 경우 중요 구조물에 대한 상세 조사와 액상화 대책이 필요하다. 정확한 액상화 지수 조사 결과는 다음 주 발표할 계획이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진도를 좀 더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조사해봐야 안다. 이 조사보다는 연약 지반 보강이 더 시급하다.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정부 기관을 향한 불신도 한몫한다.
그런 지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액상화 조사 결과도 필요하면 중간 단계에서 공개하겠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행안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국가 재난과 안전관리를 총괄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2015년 울산으로 이전했다. 심 원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박사)를 졸업했으며 2015년 4월 3대 원장에 취임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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