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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어디가?”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이용자 최다는 60대

중앙일보 2017.11.26 11:58
지난 8월 국회도서관 인문.과학 열람실. 김춘식 기자

지난 8월 국회도서관 인문.과학 열람실. 김춘식 기자

 “50대 초반의 나이에 생각지 못하게 실직한 내게 도서관은 몸과 마음의 구원처였다.”
만화가 박상철씨가 2016년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그는 원치 않은 실직 이후 도서관 문이 열리는 오전 7시에 맞춰 노트북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태블릿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자기만의 작업실을 여는 셈이다. 그는 “대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위기의 청년들이나 나와 비슷한 연배의 장년 남성들이 (있다)”고 썼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그는 “(지역에) 도서관 개수도 많을뿐더러 서로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잘 연결돼있어 시민들의 문화적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도 곁들였다.
 
도서관을 찾는 5060이 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국내 최대규모의 도서관 이용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6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국립중앙도서관의 최근 5년간 연령별 도서관 이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월 기준 이용자의 53.2%가 50대 이상이었다.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립중앙도서관 이용객은 60대 이상이 28.2%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50대가 25%로 2위였다. 40대(21.5%), 30대(13.8%), 20대(10.5%), 10대(1%)로 손이었다. 5년 전(2013년)에는 도서관 이용자 중 40대가 23.8%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부터 60대 이상과 50대가 1, 2위를 차지하면서 최대 이용자가 됐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의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 김병욱 의원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의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 김병욱 의원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양대 중앙도서관으로 꼽히는 국회도서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도서관이 제출한 ‘최근 5년 연령별 이용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2013년 32.6%였으나 올해 들어 9월 현재 45.4%로 높아졌다. 특히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다른 연령대가 모두 감소한 데 비해 60대 이상 이용자 수는 43.3%가 늘었다.
 
이들은 ‘자기계발’과 ‘여가생활’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령자 여가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도서관 이용경험자 427명 중 50.4%가 여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다고 답했다. 24.4%는 자기계발을 위해, 12.2%는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9.3%는 ‘도서관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실직한 50대, 은퇴한 60대들이 도서관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100세 시대로 은퇴 후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회도서관을 찾은 60대 남성은 “도서관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평생 책을 가까이 한 내게는 나만의 서재, 고급 작업공간으로 느껴져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도 많다. 장성한 자녀들을 뒤로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독서토론, 영어공부 등 도서관 무료강의를 들으며 자기계발을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내년도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강 모(59) 씨는 "도서관에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또래들이 많아 서로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도서관에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문제다. 김병욱 의원은 "자료실 내 돋보기 비치, 디지털 도서관의 고령자 대상 정보화 기초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고령자 서비스의 전부”라며 “고령자를 위한 대활자본 책이나 오디오와 같은 대체자료도 비치된 게 없으며 고령자 서비스 관련 예산은 편성돼있지 않고 전담 사서나 보조 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도서관 이용자의 고령화도 피할 수 없는 추세인 만큼 선진국과 같이 정부 차원의 고령자를 위한 도서관 표준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 편성과 전문인력 배치, 프로그램 운영 등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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