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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21년간 전기요금 주민에게 떠넘긴 사연

중앙일보 2017.11.26 11:54
지방자치단체가 비리가 의심되는 아파트 단지를 감사한 결과.

지방자치단체가 비리가 의심되는 아파트 단지를 감사한 결과.

21년간 자신의 전기요금과 관리비를 입주자들에게 떠넘긴 ‘얌체’ 입주자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관리사무소장이 자주 바뀐 데다 관리사무소 측이 관례라고 생각해 눈감아 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부산서부경찰서, 입주자대표 김모(65)씨 불구속 입건
21년간 전기요금·관리비 4600만원 입주민에게 떠넘겨
아파는 관리사무소, "대표가 인사권 가지고 있어 묵인 "

부산 서부경찰서 이 같은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부산 서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입주자 전 대표 김모(6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1996년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89가구가 사는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로 재직하면서 관리 사무소 묵인 아래 자신의 관리비와 전기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법으로 월 18만원가량씩 21년간 4600만원을 입주민에게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입주자 대표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다른 입주민에게 같은 액의 손해를 끼친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집합건물법(제17조)에 따라 공유자는 지분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김씨의 비리는 입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적발에 검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입주민들은 지난 7월 입주민 총회를 거쳐 김씨에서 다른 대표로 입주자 대표를 교체했다.
 
하지만 김씨는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 대표자 회의가 관리업체 교체 등 인사 권한이 있어 관리비를 부과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한마디로 관리사무소 측이 입주자 대표의 비리를 눈감아 준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자주 바뀐 데다 오래전부터 이 같은 일이 있어 관리사무소 측이 관례라고 생각해 김씨의 비리를 고발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입주민 피해가 크고 수십년간 누적된 비리여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 세대별 관리비 납부자료 등을 분석해 김씨의 혐의를 확인했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10~12월 주민민원이 많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국토교통부가 2015년 10~12월 주민민원이 많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한편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가 비리가 의심되는 아파트 단지를 지난해 감사한 결과 713곳에서 3435건을 적발했다고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밝힌 바 있다. 
 
사례를 보면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회의 총무가 18개월간 운영경비 명목으로 1080만원(월 60만원)을 받기도 했다. 또 부산시 사하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5년 동안 광고전단·재활용품 수익 약 8000만원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무단사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업무를 했던 김모(46·여)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관리비 2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지난 4월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입주자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감사 보고서를 열람하는 등 아파트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관리비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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