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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숙식 제공한 호텔에 포항 수험생이 남긴 편지

중앙일보 2017.11.26 09:37
지진 피해로 포항의 호텔에 머무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호텔 직원들에게 남긴 감사편지. [뉴스1]

지진 피해로 포항의 호텔에 머무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호텔 직원들에게 남긴 감사편지. [뉴스1]

지진으로 피해를 당한 포항지역 수험생들을 위해 무료로 객실을 제공하고 수험 당일 학생들을 위해 손수 도시락까지 준비한 호텔에서 머문 수험생과 학부모가 감사 편지를 남겼다.  

 
25일 베스트웨스턴 호텔 측에 따르면 이 호텔 직원은 전날까지 머물렀던 수험생 가족들이 남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다.
 
한 수험생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잠도 못 자며 트라우마가 생겨 수능에는 조금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베스트웨스턴 호텔의 배려로 인해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정성에 꼭 좋은 점수로 보답하겠다”며 “언젠가 저희가 받은 애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수험생 아들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이는 “호텔 사장님의 너무나 크신 배려로 뜻하지 않게 따뜻하고 편하게 잘 지내다 간다”며 “늘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겠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편지들을 발견한 호텔 직원은 “뭉클했다.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미안했는데 감사 인사에 너무도 고맙고 한편으로 뿌듯하고 이 호텔에 근무하는 게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전용진 베스트웨스턴 호텔 팀장은 “더 많은 이재민을 도왔으면 했는데 수능시험이 연기되는 것을 보고 수험생들을 우선 지원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처음 수험생들이 부모와 함께 짐을 챙겨온 모습을 보고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호텔에서 잘 쉬다 간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요리사들이 수험생들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 요리사들이 수험생들이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이 호텔은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이재민 생활을 하는 수험생과 가족들을 위해 32개 객실이 있는 2개 층을 무료로 제공했다. 머무르는 동안 다른 손님들로 인해 방해받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또 방에 의자와 책상까지 마련해 주고 숙박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수능일에는 호텔 조리실에서 수험생 가족이 준비한 보온 용기에 점심 도시락을 제공했다.  
 
다음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남긴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지진 피해로 인해 715호에 머물렀던 수험생입니다.  
먼저, 저뿐만 아니라 포항의 많은 수험생을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결코 마음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더더욱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집에 큰 피해를 입고 매일 잠자리를 걱정하고 옮겨다닐 뿐만 아니라 잠도 못 자며 생활하는 트라우마가 생겨 가장 중요한 시험인 수능에는 조금도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님의 걱정과 저의 불안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항 베스트웨스턴호텔의 그 마음과 배려로 인해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료 숙식제공뿐만 아니라 수능 도시락까지 준비해주신 그 정성에서 우리 포항시민들을 위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을 위한 정성에 꼭 좋은 점수로 보답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시험 잘 치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해 저희가 받은 애정을 꼭 나눌 수 있도록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포항 시민들과 수험생을 위해 주신 배려에 감사합니다.  
이번 결정을 내려주신 모든 분들과 포항 베스트웨스턴호텔이 항상 평안하고 승승장구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면서 제가 이런 일들을 겪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진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수험생 아들과 고1인 아들을 어떻게 등교시키며 미뤄진 수능 때문에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노심초사하던 차에 포항 호텔 사장님의 너무나 크신 배려로 뜻하지 않게 따뜻하고 편하게 잘 지내다 갑니다.
저희는 늘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다 가겠습니다.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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