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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병사의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 때문에 논란이 뜨겁습니다.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된 기생충 이야기를 짚어봅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기생충이 사라지면 인류는 행복할까

 
고엽제는 알았지만 이건 몰랐네
담관암으로 숨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 [AP=연합뉴스]

담관암으로 숨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 [AP=연합뉴스]

베트남전 참전 미군 수백 명이 수십 년 전 베트남 정글에서 감염된 기생충 탓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ABC뉴스의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훈부에서 홍성태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에 의뢰해 참전 용사 50명의 혈액 샘플을 검사한 결과 20%에서 간디스토마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간디스토마는 민물 생선회를 먹으면 감염될 위험이 높습니다. 간디스토마는 수명이 길어 사람 몸에서 20년 이상 생존하며, 담관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1968년부터 2년간 참전한 제퍼슨 스테이션(69)은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는 테스트 결과를 통보받곤 곧장 정밀 검사를 통해 담관암 내 양성 물혹을 발견,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방콕의 한 병원에서 채취한 간디스토마. [AP=연합뉴스]

방콕의 한 병원에서 채취한 간디스토마. [AP=연합뉴스]

미국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약 25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아시아에서 온 기생충입니다. 구충제 한 알이면 충분하지만 간디스토마처럼 수십 년간 아무런 증상 없이 살다가 갑자기 염증과 암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AP통신이 지난 15년간 퇴역 군인 700명이 담관암종을 앓았지만 베트남전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몰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41년간 겨우 41명이 보상을 요구했으나 4건 중 3은 거절당했답니다. 고엽제만 알았지, 담관암이 참전 후유증일 줄은 누구도 몰랐던 거죠.
 
 
기생충에 오염된 물 탓에 눈이 먼다고?
아일랜드에선 이달 초 한 식수원에서 작은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발견돼 난리가 났습니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만큼 작아서 눈에 띄지 않지만 위장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위험하거든요. 환경보호기구(EPA)는 지난 9월 아일랜드의 25개 공공용수 공급 시스템이 작은와포자충을 죽이기 적절한 처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으며, 16만1000명이 오염된 물을 마셔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선 회산사상충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를 빠는 먹파리가 옮기는 이 기생충에 눈이 감염되면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이 먹파리 유충은 더럽고 유속이 빠른 강물에서 번식해 '하천 실명(river blindness)'으로 더 유명한 질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의 사상충증 치료 횟수는 2005년 4600만 건에서 2016년 1억3300만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전에는 예방에 중점을 뒀다면 치료로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인데요. WHO는 아직 아프리카 전 지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면서 각국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생충, 멸종된다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기생충 컬렉션 중 일부. [사진 스미소니언]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기생충 컬렉션 중 일부. [사진 스미소니언]

지구상에서 확인된 생물 770만종 중 거의 40%가 기생충입니다. 그런데 기생충이 싹 사라지면 인류의 고통도 끝날까요? 스미소니언닷컴에 따르면 기생충 박멸이 축하할 일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생 콜린 칼슨은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기생충 컬렉션 수만 점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화했습니다. 먼저 지난 200년간 기생충들의 서식 범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산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기후 변화에 따른 450종 이상의 기생충의 서식지 변화를 예측했는데요.
 
그 결과 2070년까지 적어도 기생충 10%가 멸종하며, 최악의 경우 3분의 1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기생충이 숙주의 개체 수 및 전반적인 생태계 균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죠. 
 
가령 선충류에 감염된 붉은 그라우드새는 포식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향기를 내뿜게 해 개체 수를 조절합니다. 수리과 달팽이가 특정 기생충에 감염되면 소화기관이 약해져 먹는 양이 줄어들어 다른 종들이 상대적으로 해조류를 풍성하게 먹을 수 있고요. 
 
지카 바이러스나 말라리아를 옮기는 기생충은 숙주인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생충과 숙주는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며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숙주의 먹이나 영양분을 얻어먹으며 기생하고 생존하는 데 전념할 뿐, 숙주를 죽이지는 않죠. 숙주를 죽이면 기생충도 생존할 수 없어서인데요. 
 
기생충을 포함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서로 친숙하지 않은 기생충과 숙주가 만날 기회가 늘어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영국 남성이 중국 여행을 갔다가 뇌에 기생하는 희귀 촌충에 감염된 사례가 그런 경우입니다. 기생충이 멸종되면 생태계는 물론 인류 건강도 덩달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알쓸피디아-식용 기생충알
타나위사 기생충알 제품 온라인 쇼핑몰 캡처. 기생충알 500개를 12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타나위사 기생충알 제품 온라인 쇼핑몰 캡처. 기생충알 500개를 12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지난 여름 보도에 따르면 태국 기업 타나위사는 돼지 기생충의 알을 독일에서 식품 성분으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론병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방법으로 돼지 편충 알을 섭취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기생충 알이 위를 통과해 십이지장에서 잠시 생존하면서 자가면역질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돼지 기생충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서는 오래 견디지 못해 소화돼 사라지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은 없다는 거죠.  
 
기생충알이 500개, 1000개, 혹은 2500개씩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을 식품이나 음료 형태로 섭취할 수 있도록 판매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타나위사는 2012년 태국에서는 제품을 공식 승인 받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한해에만 전세계 7000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기생충알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기생충이 숙주의 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숙주의 면역 체계를 진정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진화해왔다는 데 착안합니다. 선진국에선 기생충이 박멸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기생충이 흔한 지역에선 알레르기나 염증성 장질환, 1형 당뇨병 등 소위 선진국형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타나위사가 독일에서 식품 승인을 받으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기생충 상품이 됩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식품으로 승인 받으려는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식품은 의학적 효과를 입증할 필요는 없고, 안전성만 확보되면 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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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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