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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열기를 팽창 시키자

중앙선데이 2017.11.26 03:00 559호 30면 지면보기
Outlook
영국 런던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딸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번 겨울에 평창(PyeongChang) 올림픽에서 자원봉사하러 간다”고 하면, 절반 이상이 평양(PyeongYang)으로 알아듣고, “그렇게 위험한 데를  왜 가느냐”고 반문한단다. 인구 4만여 명의 평창은 외국인에겐 평양과 혼동될 만큼 무명인 곳이다. 이런 ‘시골’에서 서울 울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올림픽을 치르게 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더구나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중에서도 부자나라만이 개최하는 고급 스포츠의 향연이다.

외국인들은 ‘평양’으로 알아듣는
무명의 평창, 올림픽 개최 의미 커
주인이 나서야 세계인들도 관심
붉은 악마, 촛불의 열기 보여 줘야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 주위만 해도 “올림픽 때 평창에 가겠다”는 사람이 없다.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땐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평창 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약 64조원대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낙관 섞인 전망을 쏟아 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역대 올림픽 중 흑자를 낸 경우는 드물다. 현재 입장권 판매율이 30% 정도이고, 패럴림픽은 7~10% 정도란 걸 감안하면, 적자를 볼 것이란 점은 더더욱 뻔하다. 또 올림픽이 끝난 다음 경기장 등 각종 시설물 유지비로 연간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절대로 남는 장사가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올림픽에게는 ‘흰 코끼리’라는 표현이 붙어 다닌다.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흰코끼리이지만, 일을 시켜 먹을 수도 없고 먹이만 먹어 대는 무용지물이란 의미에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미룰 수도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성공적으로 치뤄 내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패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한번 생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올림픽 개회식은 전 세계인의 안방에 생중계된다. TV 광고 몇 초에  엄청난 광고비를 써야 한다는 점을 보면, 이것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홍보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만약 관중석이 텅텅 비어 있는 모습과 함께, 아나운서가 “한국사람들은 동계올림픽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부연한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다. 이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우리 국민들이 올림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외국인 관람객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외국인 입장에선 평창에 오기 불안할 것이다. 한 예로 필자도 개막식 입장권을 샀지만, 당장 개막식이 끝난 늦은 밤 어디에서 자야 할지 고민이다. 그 일대 숙소 비용이 ‘하룻밤에 40만원에 달한다’는 소문만 무성하지, 어디서 어떻게 예약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길바닥에서 잘 수도 없지 않나. 내국인이 이럴진데 외국인들이 어떻게 평창에 올 용기가 생길까.
 
이런 불안을 풀 수 있는 것도 결국 우리 국민들이다. 올림픽 조직위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 자신이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먼저 강원도민이 나서야 한다. 숙박업소들은 자진해서 요금을 내리고 예약을 받아야 된다. 강원도민들은 잘 곳을 못 찾아 망설이는 손님들을 위해 안방이라도 내주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숙박업소도 공실이 되어 낭패를 볼 수 있다.
 
강원도민만이 아니다. 5000만 국민이 팔을 걷고 나서야, 비로소 세계인들도 관심을 가진다. 잔치를 벌이는 주인이 나서야 객도 관심이 생기는 것 아닌가. 붉은 악마로 히트를 쳤던 월드컵,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촛불 참여자들의 열기를 보여 줘야 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선 것은 우리 국민의 우수성 덕분이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도 걱정이다. 2조 8000억원의 투자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유지비가 불가피한 흰 코끼리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조직위는 행사가 끝난 후 경기장 시설을 관리할 주체를 지정했다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리주체만 있다고, 그 시설이 잘 운영되리란 것도 지나친 낙관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해체된다. 그야말로 이 문제를 책임지고 고민할 주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대형 행사 이후의 처리 문제는 비단 평창 올림픽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여기저기 과잉 투자된 경기장과 각종 국제회의장 등이 전국에 즐비하다. 이제라도 이들 시설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 올림픽은 잠시 반짝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 이벤트가 지난 다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때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각종 콘서트장으로 활용되는 독일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이나, 올림픽 이후 각종 시설들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 내 이를 관광자원화한 런던 올림픽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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