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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직방 지분 사들이고 쿠팡에는 담보 대출

중앙선데이 2017.11.26 02:13 559호 21면 지면보기
[투자은행의 세계]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투자
지난달 17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끝자락에 재점화된 주식 강세, 채권 약세, 달러 강세라는 ‘트럼프 트레이드 3종 세트’의 부활 기대감에 특히 트레이딩 성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노믹스’에 기댄 은행주 랠리와 반짝 실적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결과는 앞서 실적을 공개한 제이피모건·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부진한 채권 트레이딩이 또다시 발목을 잡은 탓이다.

투자·대출로 트레이딩 부진 만회
자기 돈 투자 규모 100조원에 달해

초대형 IB 육성 나선 한국도
좋은 기업 골라낼 분석 방법과
투자 위험 관리 역량 확보해야

 
전체 수익을 보면 두 은행 모두 시장의 기대치에는 부합했다. 모건스탠리는 웰스매니지먼트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에 근접하면서 제임스 골먼 최고경영자(CEO)가 목표로 하는, 시장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사업 모델의 완성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골드만삭스 역시 채권·외환·상품(FICC) 트레이딩의 부진을 다른 사업으로 만회했다. 회사의 자기자본으로 주식·채권 투자는 물론 대출을 하는 ‘투자·대출(Investing & Lending)’ 부문의 수익이 지난해 대비 35% 늘어난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단기적 위험 감수에 주력하는 트레이딩의 공백을 모건스탠리는 수수료 수입으로 메운 반면, 골드만삭스는 장기적 위험 감수로 대응하는 차별화된 양상이 확연했다.
 
자기자본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모델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막 삭스 회장. [AP=연합뉴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막 삭스 회장. [AP=연합뉴스]

금융위기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헤드라인이 다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는 단순 중개 위주의 업무에서 탈피해 기업 금융에 특화된 진정한 의미의 투자은행을 우리나라도 만들자는 것인데, 2009년 자본시장법,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에 이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제도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초대형 IB 제도는 증권사의 자본금을 키워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실패의 위험 또한 높은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증권사가 덩치를 불려 웬만한 위험은 거뜬하게 감수하는 맷집 좋은 투자은행으로 발전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다. 말 그대로 모험자본의 형성·공급이 목적인지라 대형 증권사들이 모건스탠리의 안정적 수익 추구보다는 골드만삭스의 투자·대출과 같은 장기적 관점의 위험 감수를 벤치마킹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위한 정부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골드만삭스의 ‘고위험 고수익’ 사업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하는 실적 중 투자·대출 부문은 하나의 독립된 사업부의 성과가 아니다. 은행(GS Bank) 실적을 포함해 여러 사업부에서 회사의 자본금 또는 부채 발행을 통해 직접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하거나 대출해서 거둔 실적의 총합이다. 이러한 ‘자기자본투자(PI)’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주요 사업 중 가장 늦게 시작된 사업이다. IB 사업으로 기업 분석 능력을 쌓고, 트레이딩 사업으로 위험 감수 역량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든 영역이다. 주식·채권의 인수와 주선 사업으로 출발한 투자은행들은 1970년대 기업 인수합병(M&A)이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자 ‘자금 조달(Financing)’과 ‘자문(Advisory)’이라는 전통 IB의 양대 축을 완성했다. 이후 1980년대는 트레이딩 사업이 급성장하는 시기였다. 자사 고객이 발행한 주식·채권의 시장 조성에 머물던 트레이딩이 점차 거래의 대상과 규모를 확장하며 IB에 맞먹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때다. 공격적 위험 감수의 원조 격인 살로먼브라더즈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골드만삭스는 ‘J 애런’을 인수해 FICC 트레이딩의 초석을 쌓기 시작한 것도 모두 이때였다.
 
IB와 트레이딩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자기자본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은행이 골드만삭스다.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볼커 룰’ 등 강화된 규제 하에서도 전체 수익의 20%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이다. 그리고 이 사업의 중심에는 ‘머천트뱅킹사업부(MBD)’가 있다. 1986년부터 자기자본과 고객 자금으로 기업·부동산·인프라 등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투자그룹(PIA)’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데,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분석력을 동원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장기 투자에 들어간다. 가치 있는 투자 대상은 높은 투자 수익을 안겨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IB·트레이딩을 비롯한 다른 사업부의 주요 고객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과실을 함께 나눈다는 투자은행의 존재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의 하나다.
 
골드만삭스가 자기 돈으로 지분을 사들인 우버(왼쪽 사진)와 대출을 제공한 쿠팡. [중앙포토]

골드만삭스가 자기 돈으로 지분을 사들인 우버(왼쪽 사진)와 대출을 제공한 쿠팡. [중앙포토]

골드만삭스 PIA는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대규모 지분 투자였던 국민은행(1999~2003), 씨앤앰(2004~2007), 하나은행(2005~2012)에 이어 올해 초에는 대성산업가스(2014~2017)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혁신기업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우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의민족’ ‘직방’ 등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늘리는 추세이다.
 
한편, 높은 잠재력을 지닌 우수한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 있는 고위험 기업에 투자나 대출을 하기도 한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신용도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역발상 투자’다. 이 사업은 머천트뱅킹 사업부가 아닌 트레이딩 사업부의 ‘스페셜시츄에이션그룹(SSG)’ 소관이고, 100% 자기자본을 투입한다. 부동산 폭락으로 부도난 일본 골프장을 인수한 후 상장시켜 큰 수익을 챙긴 거래도 SSG의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진로’의 부실채권(NPL)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쿠팡’에 담보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우버와 삼성전자 분석 방식은 달라야
트레이딩 사업부는 ‘자기자본전략투자(PSI)그룹’을 통해 트레이딩 기술 기업 및 금융시장 관련 기업에도 투자한다. 투자 수익은 물론이고 앞날을 위한 금융 신기술 확보가 투자의 주목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거래소, 시장정보제공서비스, 트레이딩 플랫폼 등 트레이딩 현장에서 매일 접하는 기술 및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기술 기업’을 지향하면서 핀테크 투자에 몰입하는 요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투자 영역이기도 하다.
 
이렇게 PIA·SSG·PSI 등이 주도하는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투자는 그 규모가 2010년 580억 달러에서 2016년 98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외관만 보면 위험 감수의 규모도 그만큼 더 커졌을 것이라고 유추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주식 투자는 급감하고 대출이 급증했다. 2010년 53%에 달하던 주식 비중이 2016년에는 21%로 떨어진 반면, 대출은 같은 기간 동안 29%에서 65%로 늘어났다. 주식 비중을 낮추고, 시가평가를 적용받지 않는 대출을 늘려 시장 변동성에 대해 방어막을 친 형국이다. 산업별 대출 비중도 어느 한 산업에 치우침 없이 고르게 분포시켰다. 2016년 말 기준 가장 높은 비중은 기술·미디어·통신 산업으로 21%에 불과하다. 이 모든 변화는 지난 9월 하비 슈워츠 공동 사장이 발표한 회사의 중기 전략에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트레이딩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로 안정적인 대출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3년 후 회사 전체에서 기대하는 추가 수익 50억 달러 가운데 20억 달러를 대출로 벌겠다는 구체적 목표치도 제시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투자는 장차 초대형 IB를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들에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기업 분석 역량의 중요성이다. 앞으로 초대형 IB가 투자하거나 대출할 혁신 기업들은 기존 분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우버나 쿠팡에 대한 분석 방법이 삼성전자와 같을 순 없다. 특히 그 기업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둘째, ‘만기 불일치’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다. 초대형 IB가 집행할 자기자본투자의 주요 재원이 될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반면, 투자나 대출 기간은 그 보다 장기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같은 이유로 골드만삭스는 이제 더 이상 1년 이내 만기 채권이나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 게다가 2016년 말 기준으로 장기 채권 발행 잔고의 평균 만기도 8년에 달할 정도로 길다. 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 고객과의 관계성도 중요하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해 투자나 대출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에서다. 대출 위험 관리를 위해서도 기관투자가는 중요하다. 기존 대출의 현금 흐름 및 관련 위험을 기관투자가가 원하는 증권의 형태로 바꿔 서로 거래함으로써, 기관투자가는 원하는 위험을 얻을 수 있고 투자은행은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의 명가’에서 ‘대출의 명가’로 탈바꿈하는 골드만삭스에 우리나라의 시중은행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들도 결국 같은 길을 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정혁 전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경영학박사. 씨티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UBS에서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현재 대학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를 연구하고 있다. jungcho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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