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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훔치는 진솔한 맛

중앙선데이 2017.11.26 02:00 559호 32면 지면보기
BOOK 
맛은 주관적이다. 먹는 이의 감각과 경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맛집은 많다지만 믿고 갈만한 곳은 많지 않다. 게다가 만약 광고 글이었다면? 

『이야기가 있는 맛집 』
저자: 주영욱
출판사: 지식과감성
가격: 1만5000원

 
이럴 때 믿고 펼쳐볼 만한 책이 나왔다. 테마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베스트레블 주영욱 대표가 2012년부터 100회에 걸쳐 중앙SUNDAY S매거진에 연재했던 글을 엮었다. 
 
6년에 걸쳐 한 매체에 한 테마의 글을 연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결이 뭘까. 저자는 맛집을 소개하며 옛말 ‘신독(愼獨)’을 꺼내 든다. 공자님 말씀인데, ‘혼자 있을 때도 마음을 바로 세워서 떳떳하게 바른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약선 음식점 ‘금해안’의 음식이 이와 같다고 했다. 몸이 약했던 사장이 정성을 쏟아 약선음식을 만든다. 식사시간 30분 전에 볶아내는 멸치볶음과 20분 전에 압력밥솥으로 하는 밥을 보면 알 수 있다. 시간에 맞춰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최상의 기본양념 재료를 쓰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도 맛집 이야기에 버무려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 중에서 최상위 단계가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것을 인용하면서 자아실현을 한 셰프들을 소개한다. 일본 가이세키 요리점 ‘하카타 셉템버’의 서영민 오너셰프는 원래 IT 회사를 운영하던 CEO였다. 13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며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 45세 때란다. 일식당을 오픈하면서 팔뚝에 ‘메멘토 모리’를 새기고, “언젠가는 죽을 테니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가겠다”며 다짐하는 셰프가 있는 식당이라니. 사람을 알게 되니 맛이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의 맛집 선정 기준은 이렇다. “음식점의 규모와 세간의 명성은 상관없었다. 아무리 유명하고 오래된 곳이라 하더라도, 첫 마음은 진즉에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은 곳, 디자인과 이미지로 포장은 그럴싸하게 했는데 정작 음식 맛은 부족한 곳 등등은 걸러냈다. (중략) 실력과 정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 내공이 느껴지는 음식을 하는 곳을 추렸다”는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맛집에는 진정성 있게, 내공 있는 음식을 하는 사람 이야기가 진하게 우려져 있다. 대형 건물 설계를 주로 하는 건축사가 운영하는 꼬치집, 가정주부로 살다 50세가 넘어 한식당을 열고 한 테이블만 예약제로 받는 곳,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경계인이 운영하는 소바집…. 굽이굽이 펼쳐지는 인생사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렇더라도 단숨에 읽지 못할 책이다. 입안에 침이 자꾸 고인다. 부암동 치킨집 ‘계열사’의 프라이드치킨 맛을 표현하는 그의 글솜씨를 보자. “주문받은 즉시 얇게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 치킨은 자칫 단조로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육즙이 스며 나오는 촉촉하고 풍부한 맛에 ‘아이쿠’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집으로 달려가게 하거나, 가까운 치킨집에 전화 걸게 하는 선동성을 가졌다. 맛뿐 아니라 요리사의 마음도 알아주는 식객의 글이 묶이니 천일야화보다 더 유혹적이다. 다이어트 중인 독자라면 하루에 한 식당씩만 읽을 것을 권한다. 소개하는 식당 수가 77개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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