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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뭄 탓 귀하신 몸, 최고급 850g 1억원 육박

중앙선데이 2017.11.26 02:00 559호 26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알바 송로버섯 박람회를 가다 
채집견 리치가 발견한 송로버섯을 조르죠 로마뇰로가 들어보이고 있다.

채집견 리치가 발견한 송로버섯을 조르죠 로마뇰로가 들어보이고 있다.

흰 송로버섯.

흰 송로버섯.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송로(松露)버섯. 영어로는 트러플(Truffle), 불어로 트뤼프(Truffe), 이탈리아어로 타르투포(Tartufo)라 불린다. 포플러나무·라임나무·버드나무·떡갈나무의 뿌리에서 자란다. 보통 검은색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정 귀한 것은 10월부터 12월 사이에만 발견되는 흰 송로버섯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나오는 것을 최고로 친다. 특산지인 알바(Alba)시에서는 이 기간에 송로버섯 박람회와 체험 행사도 열린다.
 
올해 송로버섯 가격은 유럽을 강타한 가뭄 탓에 지난해보다 두 배 비싸졌다. 1kg에 대략 6000~7000유로(약 800만~90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송로버섯 경매 현장은 각국에서 온 유명 요리사와 애호가들로 뜨거웠다. 지난 12일 알바시 그린자네 카부르(Grinzane Cavour) 성에서 열린 경매는 홍콩과 두바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진행됐는데, 850g짜리 최고급 흰 송로버섯이 7만5000유로(약 9651만원)에 홍콩의 사업가에게 낙찰됐다.
 
돼지 대신 개를 훈련시켜 채집
이달 초 카사 델 트리플라우(Casa del Trifulau)에서 열린 송로버섯 찾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곳은 5대째 송로버섯 채집가로 활동하는 나탈레 로마뇰로와 동생 조르죠의 생가다. 나탈레는 『송로버섯의 신비와 매력』의 저자이기도 하다.
 
체험단은 8명. 스페인 가족 6명과 송로버섯 채집자가 되고 싶어하는 동네 소년이 참여했다. 나탈레의 개략적인 설명에 이어 동생 조르죠가 채집견 세 마리(포인터)를 소개했다. “보통 돼지가 찾아내지 않느냐”고 묻자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미 수 백년 전부터 돼지는 쓰지 않고 모두 사냥개를 훈련시켜 쓴다”고 했다.
 
개들은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한 10여 분 지났을까,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땅의 한 부분을 파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도 합세했다. 얼마 뒤 검은 덩어리 한 개가 툭 튀어나왔다. 향기도 강하고 단단한 검은 송로버섯이었다. 조르죠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개들에게 간식을 줬다.
 
알바시 중심에 따로 마련된 시향 시음 라운지 입구. 사진 Luca Privitera

알바시 중심에 따로 마련된 시향 시음 라운지 입구. 사진 Luca Privitera

흰 송로버섯의 향을 맡고 있는 방문객. 사진 Davide Carletti

흰 송로버섯의 향을 맡고 있는 방문객. 사진 Davide Carletti

검은 송로버섯. 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유리병 안에 보관한다.

검은 송로버섯. 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유리병 안에 보관한다.

채집 체험 일주일 후, 제87회 알바시 송로버섯 박람회를 찾았다. 10월 7일부터 11월 26일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열리지만, 중심가에는 각종 이벤트와 전시가 계속돼 두 달간 시 전체가 축제다.
 
참여 부스들은 대부분 직접 송로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발견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제 밤에 갓 캐낸 송로버섯’이라는 푯말을 달아놓은 곳도 있었다.
 
흰 송로버섯은 무게와 가격을 적어 유리병 혹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대부분 10~20g 안팎이었는데, 드물게 큰 것도 보였다. 송로버섯을 첨가해 만든 살라미와 치즈, 로컬 브랜드 와인 및 말린 손수제비 국수를 파는 부스들을 방문해 공짜로 시식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송로버섯은 입이 아니라 코로 먹는 것”
박람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나탈레(작은사진)를 다시 만났다.
 
박람회에서 심사위원이 하는 일은.  
“송로버섯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질 좋은 진품을 살 수 있도록 관리한다. 개장 2시간 전 심사위원과 버섯 판매자가 모여 상품을 평가한다. 채집자들은 매일 송로버섯을 심사위원에게 가져오고 우리는 이것을 일일이 검사한다. 즉, 지금 박람회장에서 팔리는 모든 송로버섯은 다 심사를 통과한 인증된 것들이다.”
 
평가 기준은.  
“시각·촉각·후각을 다 사용한다. 일단 시각적으로 부서진 곳이 없는 온전한 상품인지 확인한다. 부서진 부분에서는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빨리 썩는다. 바로 먹는다면 상관없지만 보관 기간이 짧아진다. 형태도 중요하다. 통통하고 둥글둥글하면 최적으로 썰어낼 수 있다. 촉각도 중요하다. 버섯의 구성 성분 대부분이 물이고 매일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만졌을 때 단단하면 막 채취한 신선한 상품이고, 스펀지처럼 물렁물렁하면 오래된 것이다. 후각 평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검은 송로버섯은 심플한 숲의 향이 나는 반면 흰 송로버섯은 마늘·꿀·건초·이끼 등 여러 향이 골고루 섞여있다. 향기의 교향악이라 할까. 그래서 보고, 만지고, 냄새 맡으며 품질을 평가해야 한다.”
 
송로버섯은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검은 송로버섯은 균근기술을 사용해 인위적 재배가 가능하다. 나무가 자라는 땅의 환경과도 맞아야 한다. 이렇게 5~6년 가꾼 나무가 성장하면 검은 송로버섯을 만든다. 하지만 흰 송로버섯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포자가 살아남지 못해 재배가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흰 송로버섯은 자연발생한 것을 찾아야 하는데, 난 이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흰 송로버섯은 단순히 버섯이 아니라 신비로운 사랑의 묘약이다.”  
 
잘 보관하는 방법은.
“키친타월에 잘 싸서 뚜껑 있는 유리병에 넣은 후 3~4도로 유지되는 냉장고의 아랫부분에 보관한다. 이틀마다 버섯을 싼 종이를 바꿔줘야 한다. 종이가 물기를 흡수해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향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과 먹는 방법은.  
“흰 송로버섯은 입이 아니라 코로 먹어야 한다. 즉, 얇게 갈아 접시에 뿌리는 순간이 향을 가장 잘 맡을 수 있는 때다. 검은 송로버섯은 요리해도 되지만 흰 송로버섯은 절대 열을 가해 요리하면 안 된다. 송로버섯은 리조또나 반숙 달걀 등 따뜻한 음식 위에 얇게 썰어 뿌려 먹는다. 온기가 향을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과 함께 먹어도 금상첨화다. 한 사람당 10g 정도만 뿌리면 충분히 향을 만끽할 수 있다. 혼자 먹지 말고,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와인과 음악을 곁들여 먹어라.” ●
 
카사 델 트리플라우 사이트 http://www.lacasadeltrifulau.it/Visita/Visita_eng.htm
송로버섯 박람회 공식사이트 http://www.fieradeltartufo.org/2017/en
 
  
알바(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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