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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짓점인지 상승기 초입인지 불분명…‘묻지마 투자’ 금물

중앙선데이 2017.11.26 01:38 559호 18면 지면보기
바이오 날개 달고 한때 800선 넘은 코스닥
셀트리온의 인천 송도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 1호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의 인천 송도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 1호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셀트리온]

올 들어 대형주 장세로 코스닥 시장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7개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 주의 상승으로 10월 이후에만 20% 넘게 상승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MO) 업체가 앞에서 끌어 주면 다른 중소업체 주가까지 함께 오르는 전형적인 ‘스필오버’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인보사·YKP3089 등 한국 신약
까다로운 미 FDA 임상 3상 돌입
세계 의약품 시장 본격 진출 기대
10월 이후 코스닥 20% 급등 견인

 
급작스러운 주가 상승은 자연스레 거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 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상황을 맞으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제약업체들은 길면 10년 넘게 신약 하나를 연구개발(R&D)했기 때문에 정보기술(IT) 버블 때와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이오 업체들의 신약 개발 현황과 전망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셈이다. 파이프라인(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신약)이 튼튼한 업체를 고르면 혹시 시장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FDA 3상 과정에만 1000억원 이상 들어
코오롱생명과학은 내년 4월로 예정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Invossa)’의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인보사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1998년부터 약 1100억원을 개발비로 쏟아부은 신약이다. 제품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신약 개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지만, 지난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았다. 수술 없이 1회 주사로 1년 이상 퇴행성관절염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FDA 임상 3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까다로운 임상시험에 속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1상과 2상은 수백 명이 대상이지만 3상은 기본적으로 1000명 이상의 환자를 모집해야 할 뿐더러 상황에 따라 인종별로 나눠서 시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DA 3상에 들어갈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오롱은 당초 나스닥에 상장하려던 자회사 티슈진을 지난 7일 코스닥에 전격 상장시켰다. 코오롱은 공모자금(약 2000억원) 가운데 1500억 원 이상을 미국 인보사 임상 3상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판매 초기 단계로 공식적인 실적 발표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향후 인보사의 미국 시장 성패는 단순히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무릎 연골재생 효과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SK㈜의 자회사 SK바이오팜의 뇌전증(간질) 치료제 ‘YKP3089’ 역시 향후 헬스케어 시장을 바꿀 ‘혁신 신약’으로 꼽힌다. 이르면 연말까지 미국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앞서 4년에 걸쳐 진행한 임상 2상에서 기존 약물 대비 두 배 가량 약효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로부터 다른 신약과 달리 임상 3상에서 까다로운 테스트 대신 안전성 검사만 마치면 된다는 고지를 받았다. FDA의 신약 허가가 예정대로 나올 경우, SK는 이르면 내년에 SK바이오팜을 기업공개(IPO)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 시총 현대차 넘어서
24일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친 ‘셀트리온그룹’ 시총은 41조5000억원이다. 삼성전자(약 358조 원)·SK하이닉스(약 62조원)보다 적을 뿐이지 시총 3위 현대차(약 35조240억원)보다는 오히려 7조원 가까이 많다.
 
셀트리온의 최근 주가 상승세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에 두고 있다. 셀트리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4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3%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평균 영업이익 컨센서스(1182억원)를 훌쩍 웃돈 수준이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지난해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79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FDA 승인을 받았을 뿐더러 유럽 시장에선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역시 기대감이 높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이라 할 수 있는 로슈 ‘리툭산’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연간 8조원”이라며 “내년부터 트룩시마가 유럽 전역으로 진출할 경우 실적이 더욱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집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셀트리온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올 3분기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말 18만L 규모의 3공장이 완공되면 총 36만L로 글로벌 1위 CMO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규모의 경제로 경쟁 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바이오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업황 전망에 긍정적 요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바이오 분야 신규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686억원으로 전체 투자의 21.8%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설된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만 443곳이다. 바이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2000년(282개)보다 많다.
 
바이오 휘청이면 코스닥도 꺾일 수밖에
문제는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위험을 키우는 증시 과열 양상이다. 사실 바이오 종목은 실적, 시장점유율, 향후 개발 일정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지만 1~9월 순이익은 2억원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8월 유럽에서 내놓은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의 올 상반기 점유율이 1%대에 그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신약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신약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상황이 이런데도 신약개발업체 바이로메드(2조8000억원)는 최근 코스닥 바람을 등에 업고 이미 대형 제약사인 유한양행(2조6000억원)보다 덩치가 커졌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가 휘청이면 코스닥도 꺾일 수밖에 없다”며 “시속 200㎞로 달리는 자동차를 세우려면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아야 하는데 12월 중순쯤엔 조정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관측만으로 실적이 없는 업체에 집중 투자하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이 상승기의 꼭짓점이 아닌 새로운 상승 사이클의 초입이 아니냐는 낙관적 견해도 있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200만원이 비싸다고 했고, SK하이닉스가 현대차 시가총액을 넘어서자 고평가 논란이 발생했으나 반도체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램시마를 비롯한 한국 신약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실적을 내기 시작한다면 2019년까지 고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 또한 크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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