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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학술 교류 돌파구 삼아 한반도 평화 정착 앞당길 것”

중앙선데이 2017.11.26 01:02 559호 10면 지면보기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 활동 계획과 과제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권만학 운영위원장(오른쪽)과 박영호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재단의 활동 계획과 동북아시아 지역 정세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권만학 운영위원장(오른쪽)과 박영호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재단의 활동 계획과 동북아시아 지역 정세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가 지난 23일 공식 출범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평화·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창의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한반도 상황은 북핵 문제로 꼬일 대로 꼬여 있다. 이를 풀기 위한 노력이 20년 넘게 지속돼 왔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한반도평화만들기가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권만학 재단 운영위원장(경희대 교수)과 박영호 부위원장(강원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사회는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美 싱크탱크 CSIS·브루킹스 모델
北 학자들과 학술회의 경험 활용
2.0트랙 성공 통해 1.5트랙도 가능

미·중 갈등 향후 30년 지속될 것
현 상황 전쟁 일어날 구도는 아냐
북한 압박하되 퇴로는 열어둬야


 
재단의 주요 활동 방향은.
권만학=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첫째는 정책 개발이다. 이념·당파를 초월한 현실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5명이 모이면 5개의 보고서를 만든다고 한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집단지성을 지향하려고 한다. 한 사람의 시각에는 결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재단은 한 사안을 5명 안팎의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뒤 하나의 보고서로 종합할 예정이다. 둘째는 지식의 확산이다. 평화·통일·안보 현안을 전문가들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국민과 최대한 공유하려고 한다.

박영호=정부 연구기관들도 평화·통일·안보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 개발이 아니라 주로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재단은 그동안 정부 연구기관이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던 부분을 맡고자 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브루킹스연구소 등과 유사한 역할이다. 아울러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여론을 결집할 수 있는 시민문화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대북 교류도 관심사인데.
박=이 재단은 한국통일포럼과 한반도포럼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3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의 학자들과 학술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다른 싱크탱크엔 없는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북한 학자들이 우리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때 보람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를 위한 국제적인 지식 공동체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권=그동안 이런 장점을 활용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남북이 대립하더라도 학술 교류의 문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럴수록 북한은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2.0트랙(민간 교류)이 성공하면 1.5트랙(반관반민)으로 발전시키면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녹록지 않다.
권=냉전 종식 이후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까지 세계는 안보 우려가 해소된 가운데 자유주의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또다시 북핵 위기가 터지면서 불행하게도 한반도 지역은 현실주의 시대로 회귀했다. 미·중 관계의 경우 북핵 등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앞으로 30년 가까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백년국치(百年國恥·1840~1949)’ 때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고 한다. ‘할 말은 한다’는 이른바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자세다. 따라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미국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미·중 갈등이 한반도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박=『역사의 종말』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보다 『문명의 충돌』을 쓴 그의 스승인 새뮤얼 헌팅턴의 예측이 맞는 것 같다. 후쿠야마는 냉전이 끝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세상이 올 줄 알았지만 오히려 헌팅턴이 예측한 종교 갈등과 한·중·일에서 나타나는 민족 갈등이 더 강렬해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도 과거의 영예를 찾으려는 중화사상으로 연결되면서 미·중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우리도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일본과도 협력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박=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앞으로 3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국 내에서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북핵 문제로 골치만 아파했을 뿐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무쌍한 언행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권=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얘기하지만 주변 참모들도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서울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는 없다. 결국 외교적 해법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도 이미 극한적인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효과가 그다지 크진 않을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더라도 퇴로는 열어줘야 한다. 이는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미·중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될 것이다.
 
북·중 관계도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인데.
권=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결정적인 대북제재를 하진 않을 거다. 다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제재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안보 위협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무너져 한·미의 손에 넘어가는 것 또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박=북한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못지않은 저돌적인 대통령을 마주한 셈이다. 물론 전쟁은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극단적인 대립 양상까지 전개된 상황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하지만 냉철히 계산해 보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미국은 한 방 맞으면 실제로 행동을 보이는 나라임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미국도 대통령 참모들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적절히 컨트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박=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평화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평화는 현실에 반영되지 않으면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싱크탱크가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권=아무리 한반도 정세가 어려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우리의 역할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찾는 것이다. 한반도평화만들기도 이 같은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정리=정영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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