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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견제하고 일본 재무장시키는 데 북핵 이용”

중앙선데이 2017.11.26 00:02 559호 7면 지면보기
아슬아슬 북·미 관계, 전문가 2인의 시각
오종택 기자

오종택 기자

미국이 지난 2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유화 모드였던 북·미 관계가 다시 정면 대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위기도 더 꼬이게 됐다. 기대를 모았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도 별 소득이 없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싱크탱크를 방문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돌아온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만나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위기에 대해 들었다.

윤대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미, 북핵 풀 능력 충분한데 방치
핵 개발 수준 빨라 해결 나설 듯

중국이 예상하는 위기의 끝은
북한이 평화적 해결 나서는 것

한국, 미·중과 공동 대안 만들고
그 결과를 북과 직접 협의해야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평가해 달라.
“미국이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면서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일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상대에게 협의할 수 있는 명분과 공간을 제공해야 타협점이 나온다. 이렇게 미국이 일방적으로 몰고 가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쉽지 않다. 다시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추가적인 도발이 이어질까 우려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어떻게 보나.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한 북핵 저지에서 힘을 통한 평화(억제)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분명히 했지만 새로운 북핵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동북아시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재 다른 지역에는 미국이 개입할 만큼 중대한 분쟁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연히 북핵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안보와 함께 경제 이익도 창출하고 있다. 트럼프는 천부적인 상인 출신으로 돈이 어디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지금 돈을 가진 나라는 한·중·일이다. 그는 북핵 문제를 내세우며 한·중·일에서 실리를 잘 챙겼다. 장사를 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주는 시사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류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미국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다음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우리의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등이 역외균형론(offshore balancing)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미국은 이란 핵 문제에서 보듯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이를 방치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을 재무장시키는 데, 북핵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수준이 생각보다 빨리 진전됨에 따라 이제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른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의지에 따라 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미국에 협조적이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미 관계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 경제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미국의 협조가 중요하다. 중국은 미·중 관계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국제적 위상에 맞는 역할을 보여 줄 기회로 북핵을 활용하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 문제를 더는 관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대북제재가 예전과 다른가.
“중국이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의존한 결과다. 중국이 진행하는 제재의 강도를 보면 이번엔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중국은 체제의 성격상 미국과 달리 적당히 하다가 그만두지 않는다. 중국은 길게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적어도 이번에는 끝을 예상하고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이 예상하는 끝은 어디인가.
“중국은 전략적 이익 때문에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달리 출구를 열어 주며 실효성 있는 제재를 추진할 것이다. 중국이 예상하는 끝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평화적인 북핵 해결에 나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됐고 중국의 제재가 더 강화되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데.
“한반도에서 남북한에 의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물론 과거처럼 부분적인 도발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은 북한처럼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주도론, 운전자론을 내건 만큼 남북 관계의 변화와 조정만이 아니라 한·미 동맹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또는 중단 문제에 대해 우리가 당당히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북·미·중 대립 구도의 새로운 변화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 한국이 당사자로서 주도적으로 나서 미·중과 긴밀한 협의를 통한 공동 대안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북한과 직접 협의해야 한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위기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북한 핵·미사일 협상의 가닥이 잡히면 이른바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싶다. 통일을 앞세우기보다는 평화공존에 주력했으면 좋겠다. 이미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끝났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남북 관계를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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