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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사훈련으로 북한 위협 말고 대화 나서야”

중앙선데이 2017.11.26 00:02 559호 7면 지면보기
아슬아슬 북·미 관계, 전문가 2인의 시각
조문규 기자

조문규 기자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에 무관심한 면도 없지 않다. 통일한국은 러시아와 국경을 공유하게 된다. 러시아의 입장이 궁금해 예브게니 바자노프(70)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원장을 지난 13일 인터뷰했다. 바자노프 원장은 러시아에서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 그는 “러시아는 남북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 유일한 주변 4대 강국”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번에 12번째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국립외교원과 양해각서(MOU)를 개정하고 아내 나탈리아 바자노바(1947~2014)가 펴낸 『찬란한 세계』의 출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바자노바 박사는 ‘러시아 한국학의 어머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2년 햇볕정책에 대한 논문으로 러시아 외교아카데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바자노바가 논문 지도교수였다. 한·미 동맹 중심으로 북핵 문제를 바라봤을 때와는 다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바자노프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원장
北 탱크·함정 한·미와 경쟁 못해
핵을 안보의 유일 수단으로 여겨

北 자멸할 정도로 미치지 않았기에
공격 안할 것 … 강한 쪽이 유연해야

북·미관계 발전 땐 핵 집착 버릴 것
러, 북핵 100% 반대 … 북한 설득 중

 
북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한국·미국과 좀 다르다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꽤 가깝다. 실제로는 한국·미국·러시아·중국 등 모든 당사자들이 군사적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어쩌면 미국이 무력을 고려하는지 모르지만, 미국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가 무력에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수백만 인명이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미국이 중동에서 무력을 사용한 결과는 참담했다.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됐다. 셋째, 무력 사용은 국제법 위반이다. 러시아 국익의 입장에서는 미국도 북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북한 모두에게 유연성(flexibility)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대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을 위협해야 북한이 대화를 더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논리도 성립한다.
“아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시작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1990년 한국과 소련이 수교하자, 북한 사람들은 셰바르드나제 당시 소련 외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동맹국이 없다. 동맹국이 없으니 우리는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싫어할 수 있지만, 안보는 호오(好惡)를 넘어선 문제다. 북한은 미국·한국과 탱크·함정 수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들에겐 핵무기가 안보를 확보할 유일한 수단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인 한국·일본은 북한보다 100만 배 더 강하다. 더 강한 쪽이 보다 현명하고 보다 유연해야 한다. 북한은 자멸을 바랄 정도로 미치지 않았기에 그 어느 나라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수시간 내로 궤멸될 것이다.”
 
6자회담 등 대화는 이미 숱하게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에 달렸다. 나는 북한 사람들과 수시로 대화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단 전제조건이 없어야 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장해제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과 수교한다면 모든 나라가 만족할 것이다.
“이 또한 미국에 달린 문제다. 1970년대에 미국 키신저 국무장관은 교차수교를 제안했다. 소련·중국이 한국과 수교하고 미국·일본이 북한과 수교한다는 제안이었다. 한·소, 한·중 수교와 달리 북·미 수교는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다. 북·미 관계가 발전하면 언젠가는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것인가.
“절대 반대한다. 100% 반대한다. 러시아는 핵 확산에 반대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면 한국·일본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까지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다. 심지어 냉전시대에도 동맹국인 동독과 중국이 핵을 달라고 했지만 우리는 거부했다. 러시아는 ‘핵무기가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 핵 때문에 북한의 안보가 더욱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 걸음 나아가면, 미국은 열 걸음 나아간다’고 말해 주고 있다.”
 
러시아에 한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북한보다 한국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한국은 러시아 최고의 우방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부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모든 러시아 사람이 한국제 상품, 한국의 경제·문화를 보고 감탄한다. 러시아는 이웃 나라 한국의 평화와 안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이 남북 관계를 개선할 길을 발견하길 바란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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