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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48곳 한국인은 왜 스페인 식당을 사랑할까

중앙일보 2017.11.26 00:01
스페인은 요즘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매년 스페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3년 11만명에서 2015년 31만명으로 껑충 뛰더니 2016년엔 45만명이나 스페인을 다녀왔다. 스페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2014년 노년 배우들의 스페인 여행기를 다룬 '꽃보다 할배' 방송이다. 
여행은 한 순간의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녀온 후에도 그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이때 그리움을 달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음식이다. 곤살로 오르티스 주한 스페인 대사는 "스페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여행 중 스페인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그 음식을 다시 경험하기 원하더라"고 말했다.

'꽃보다 할배' 방영 후 스페인 찾는 관광객 증가
서울 속 스페인 레스토랑 소개한 안내서 나와
타파스·파에야 외 다양한 미식 세계

스페인을 다녀온 사람이 크게 늘면서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봉천동 '엘따뻬오' 요리로 하몽과 달걀, 감자를 함께 비벼 먹는다. [사진 권혜림]

스페인을 다녀온 사람이 크게 늘면서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봉천동 '엘따뻬오' 요리로 하몽과 달걀, 감자를 함께 비벼 먹는다. [사진 권혜림]

실제로 스페인 음식을 파는 식당이 관광객 수 증가와 더불어 크게 늘었다. 주한 스페인 상공회의소는 서울에만 총 48개의 스페인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집계했다. 2006년 국내 최초의 스페인 요리 전문점을 내세우며 홍대 인근에 문을 연 '엘 쁠라또(EL PLATO)'가 생긴 지 불과 10여 년 만에 말이다. 2009년 가로수길에 '스페인클럽'을 연 이세환 헤드셰프는 "우리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서양 음식하면 이탈리아 요리만 떠올렸는데 스페인을 다녀온 사람이 늘면서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 권혜림씨는 "2012년만 해도 서울의 스페인 식당이 5곳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비단 스페인 경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스페인 경험이 없는 사람도 스페인 요리의 매력에 스페인 식당을 찾는다. 스페인은 '유럽의 키친'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있는 데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최근엔 프랑스를 넘어서는 미식의 천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문을 닫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엘 불리(El Bulli)'의 나라이자 세계적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쉐린(미슐랭)가이드에서 가장 많은 별을 얻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마늘이나 쌀을 이용하는 요리가 많아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스페인 레스토랑 가이드도 나와
'따빠스구르메'의 판 콘 토마테. 빵에 생마늘을 바르고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그 위에 발라 먹는 스페인식 빵이다. [사진 권혜림]

'따빠스구르메'의 판 콘 토마테. 빵에 생마늘을 바르고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그 위에 발라 먹는 스페인식 빵이다. [사진 권혜림]

스페인 요리의 인기를 보여주듯 '스페인 레스토랑 가이드 서울'이 나왔다. 스페인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 권혜림씨가 주한 스페인 상공회의소(ESCCK)와 협업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스페인 식당 23곳을 추려 내놓는 책이다. 48개의 스페인 레스토랑 중 다른 지역 요리와 섞이지 않고 스페인 음식만 요리하거나 스페인 셰프가 있거나, 스페인 전통을 기본으로 한국 제철 식자재를 이용해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레스토랑을 선정했다. 목록은 지금도 주한 스페인 상공회의소 홈페이지(www.escck.com)에서 국문·영문·스페인어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엔 책으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3년 전 스페인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판 콘 토마테(빵 위에 생마늘을 슥슥 문지른 후 간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바르고 소금을 살짝 뿌려 먹는 것)를 처음 맛 본 후 스페인 요리에 빠진 권 칼럼니스트는 이후 스페인 요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판 콘 토마테처럼 스페인 요리는 재료 고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깊이가 있을뿐 아니라 대표 요리인 타파스를 보면 알수있듯 함께 나눠 먹으며 편하게 대화하고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정이 있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셰프도 많아 
'소브레메사'를 운영하는 에드가 케사다 피자로 오너 셰프.[사진 권혜림]

'소브레메사'를 운영하는 에드가 케사다 피자로 오너 셰프.[사진 권혜림]

찾는 사람도, 만드는 식당도 늘면서 스페인 현지의 맛을 제대로 재현해내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이중엔 스페인 현지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곳도 있다. 스페인 레스토랑 가이드 서울에 소개된 엘꾸비또·엘따뻬오·소브레메사·스페인클럽(가로수길 본점)·스페인야시장 5곳엔 스페인 셰프가 주방을 맡고 있다. 서초동 '소브레메사'는 스페인 유명 셰프 후안 로카의 제자인 에드가 케사다 피자로 셰프가 운영한다. 레스토랑 없이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 요리해주는 스페인 셰프도 있다. 바르셀로나 출신 마누엘 만사노 셰프는 '더 셰프'라는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최소 5명 이상의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 직접 스페인 요리를 해주는 프라이빗 셰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마누엘 만사노 셰프는 직접 고객을 찾아가 요리하는 '프라이빗 셰프' 서비스업체인 '더셰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권혜림]

바르셀로나 출신의 마누엘 만사노 셰프는 직접 고객을 찾아가 요리하는 '프라이빗 셰프' 서비스업체인 '더셰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권혜림]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를 스페인 현지에서 공수받는 곳도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윤혜성 셰프가 스페인 출신 남편 라울과 함께 운영하는 '꼬메이베베'(연남동)다. 발렌시아에 사는 시부모님이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 요리에 사용하는 주재료와 향신료 등을 보내준다. 
스페인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아내 윤혜성 셰프(왼쪽)와 남편 라울. 둘은 각각 요리와 홀을 책임지며 연남동 '꼬메이베베'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권혜림]

스페인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아내 윤혜성 셰프(왼쪽)와 남편 라울. 둘은 각각 요리와 홀을 책임지며 연남동 '꼬메이베베'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권혜림]

파에야가 전부가 아냐   
스페인 대표 요리 파에야는 어디서 먹어야 할까. 권 칼럼니스트는 "몇년 전만 해도 파에야를 그저 스페인식 볶음밥으로만 생각해 팬에서 밥과 해산물을 볶아서 파에야라며 내는 식당이 있었다"며 "원래 파에야는 육수에 쌀을 조금씩 나눠 넣고 휘젓지 않은 채 수분을 날리며 조리하기 때문에 만들기 어려운 요리"라고 설명했다. '따빠마드레'(신문로2가)는 스페인 봄바쌀(발렌시아 재배하는 품종으로 주로 파에야에 쓴다)을 공수해와 파에야를 만든다. '떼레노'(가회동)는 바닷가재 넣은 파에야(코스 중 하나), '모멘토스'(이태원동)는 오징어 먹물 파에야가 유명하다. 낙성대 샤로수길에 있은 '마이무'(봉천동)는 대형 파에야 팬에서 만든 파에야를 맛볼 수 있다. 
대형 파에야 팬에서 만든 '마이무'의 파에야. [사진 권혜림]

대형 파에야 팬에서 만든 '마이무'의 파에야. [사진 권혜림]

스페인 집밥이 궁금하다면 '엘따뻬오'(봉천동)를 가면 된다. 
스페인 셰프 마르따 조르다 셰프가 있는 '엘따뻬오'의 스페인식 오믈렛 '토르티야 에스파뇰라'. [사진 권혜림]

스페인 셰프 마르따 조르다 셰프가 있는 '엘따뻬오'의 스페인식 오믈렛 '토르티야 에스파뇰라'. [사진 권혜림]

발렌시아 출신 마르타 조르다 셰프(오른쪽)가 요리하는 봉천동'엘따베오'. [사진 권혜림]

발렌시아 출신 마르타 조르다 셰프(오른쪽)가 요리하는 봉천동'엘따베오'. [사진 권혜림]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마르타 조르다 셰프가 감자·달걀·하몽이 들어간 비벼 먹는 타파스(Tapas·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어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를 맛볼 수 있다. 스페인식 오믈렛 '토르티야 에스파뇰라'나 돼지 튀김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동네 맥주집같은 타파스 바도 있다. 감바스 알 아이효(새우·마늘·올리브 오일 등을 넣어 만든 음식)를 유행시킨 '스페인클럽(가로수길 본점을 비롯 모두 7개 매장)'이 대표적이다. 
서초동 '꼬시나 에스파냐'. 스페인 와인 50여 종이 준비돼 있다. [사진 권혜림]

서초동 '꼬시나 에스파냐'. 스페인 와인 50여 종이 준비돼 있다. [사진 권혜림]

스페인은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스페인클럽'은 직접 스페인에서 와인을 수입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한다. 바르셀로나 호프만 요리학교에서 스페인 요리를 익힌 김명진 셰프가 있는 '꼬시나 에스파냐'(서초동)는 50여 종의 스페인 와인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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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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