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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험생과 ‘나그네’ 3행시 읊은 문 대통령…지진 피해 적극 지원 약속

중앙일보 2017.11.24 16:20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찾아 피해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 대통령, 김관용 경북지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찾아 피해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 대통령, 김관용 경북지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지진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지난 15일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인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포항 북구의 포항여고를 찾아 전날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선 당초 지난 16일 실시하려던 수능을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한 이유를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방을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는데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며 “처음에는 정부에서도 수능을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전체 수험생의) 1%도 안 되는 포항 학생들 안전, (시험의) 공정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기 결정을 내렸다”며 “늘 소수자를 함께 배려해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우리 미래의 희망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사전 예고 없이 문 대통령이 회색 점퍼 차림으로 학교에 방문하자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모여들어 복도가 붐비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학생들은 ‘나ㆍ그ㆍ네’를 활용해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 네”라는 내용의 3행시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포항시 북구의 포항여고를 방문해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포항시 북구의 포항여고를 방문해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지진으로 붕괴 우려가 있어 폐쇄된 대성아파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피해 주민을 만나자 “얼마나 놀랐느냐”고 위로했다. 한 주민이 포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건물이 아닌 가재도구에 대한 보상 규정은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자 “가재도구를 일일이 다 해드릴 방법은 없겠지만 중요한 큰 덩어리에 해당하는 소파, 냉장고라든지 아주 값비싼 것들은 (제도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재민이 모여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선 애로사항을 직접 들은 뒤 “엄청난 일을 겪고도 서로 힘을 모으고 함께 도우면서 잘 감당해주셔서 저는 특별히 포항시민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실 좀 진작 와보고 싶었다. 그러나 초기에 수습 과정이 지난 이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뒤 ▶피해 가구에 대한 무이자ㆍ저리 융자 ▶현재 6개월인 임시거주시설 거주 기간 연장 ▶심리ㆍ상담 치료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선 “포항ㆍ경주ㆍ울산 지역에 활성 단층 지대들이 많이 있어서 동남권 지대가 특히 더 지진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필이면 이 동남권 지역에 원전, 석유화학단지, 위험한 시설도 있고 경주에는 핵폐기물 처리장도 있고 해서 걱정들이 더더욱 많을 것 같다”며 “내진 보강을 더 철저하게 해서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하겠다”고도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오찬 배식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오찬 배식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민을 만난 뒤에는 식사를 배급하는 밥차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고등어 조림과 시금치 무침 등의 반찬을 받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지진으로 주택이 파손된 이재민이 입주한 장량동의 아파트에 들러서는 “사는 곳을 떠나서 낯선 곳으로 이사하게 돼서 정말 아주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심하다)”며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거주할 수 있게)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지진으로 더욱 침체된 포항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를 죽도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취임 이후 첫 공식 대구·경북(TK) 지역 행보였다. 포항을 찾는 바람에 당초 이날 둘러보려던 대구 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행사장은 방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구 일정은 차후에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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