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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인구 1500분의 1인 나라 정상과 손 맞잡은 이유는?

중앙일보 2017.11.24 15:50
 14억 인구의 중국이 인구 90만의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평등과 상호신뢰’를 각별히 강조했다. 지부티의 인구는 중국의 1500분의 1, 면적은 400분의 1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은 “중국은 지부티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양국이 38년 전 외교관계 체결이후 평등과 상호신뢰의 정신으로 서로를 대해왔다”고 평가하면서 겔레 대통령을 우대했다. 
 
회담에서는 중국이 지부티에 거액의 특혜차관을 제공키로 약속했다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차관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밖에 중국이 아프리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의 합의내용 이행을 가속화하고 지부티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공동추진 등 다방면에서의 전방위 협력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정상 회담에 앞서 인민대회당에서 대규모 환영의식을 개최했다.  
 
중국이 덩치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지부티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의 아라비아해와 홍해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은 지부티는 인도양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길목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연결통로 상에 있다. 지부티는 이러한 지리적 잇점을 활용하여 아프리카의 싱가포르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구축한 군사기지.[연합뉴스]

중국이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구축한 군사기지.[연합뉴스]

 
중국은 그런 지부티에 지난 8월부터 해군 군사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 확보한 유일한 군사 기지다. 
‘군사 굴기’를 위한 첫 교두보를 지부티에 구축한 셈이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까지 뻗어가는 해상 통로 곳곳에 거점을 확보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전략의 일환이다. 일대일로 가운데 해상 실크로드 전략도 ‘진주목걸이’의 연결 통로와 겹친다.
  
중국은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도 거점 항구를 확보해 이미 군사기지를 건설한 지부티와 연결짓는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미국, 일본, 인도를 주축으로 한 중국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 등 전략 물자를 중동과 아프리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은 인도양에서의 수송로 확보와 제해권 장악을 중장기 국가전략의 필수요소로 보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지부티에 공을 들여왔다. 지부티 자유무역지대 구축과 에티오피아에서 물을 끌어오는 수도관 건설, 지부티∼아디스아바바간 철도 및 신국제공항 건설 등 현지의 대규모 투자들은 모두 중국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지부티 자유무역지대는 모두 3억4000만 달러(약3700억원)를 투입해 제조ㆍ교통ㆍ물류 시설을 짓고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지부티를 시작으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의식한 중국은 “지부티 기지는 소말리아 주변 해역에서의 해적 대책을 비롯한 평화유지와 인도적 지원임무에 그칠 것”이라고 밝혀왔다. 
 
전략요충지인 지부티에 군사 기지를 건설한 나라는 중국이 7번째다. 앞서 옛 식민 종주국인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이 대테러 전쟁 수행을 위해 군사 시설을 건설했고 일본 자위대도 시설을 보유중이다. 아프리카의 소국에서 강국들이 군사전략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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