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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방문 앞둔 교황의 딜레마…로힝야 언급할까 안할까

중앙일보 2017.11.24 08:23
오는 27일 미얀마 방문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역할·책임과 관련한 중대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과 박해를 언급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반인도적 범죄인 미얀마 소수민족 박해
종교 지도자로서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 피해 볼까 우려

프란치스코 교황. [중앙포토]

프란치스코 교황. [중앙포토]

이미 국제사회는 로힝야족 사태를 반인도적 범죄로 보고 강력 규탄하고 있다. 
지난 22일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도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청소’라 규정하고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등 미얀마 정부는 탄압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노숙자 등 빈곤층과 소수자의 편에 선 행보를 이어왔다.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사태를 외면한다면,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황의 참모 중엔 “로힝야라는 단어조차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교황의 발언이 미얀마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약 5200만 인구(2016년 월드뱅크 기준) 중 90%가 불교 신자인 미얀마의 가톨릭 신자의 수는 7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의 저명한 종교 분석가이자 저자인 토마스 리즈 신부는 “교황은 도덕적 권위와의 타협이나 미얀마 가톨릭 신자들의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며 “누군가는 미얀마를 방문하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미얀마 방문 중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수치 국가자문역과 각각 회담한다. 
특히 흘라잉 최고사령관과의 만남은 미얀마 가톨릭 최고 성직자인 양곤 대주교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자원봉사자들이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자원봉사자들이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정세 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교황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목소리를 내는 존경받는 인물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그의 방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교황은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에게 적대적이고, 이슬람과 불교가 관련된 국가적 이슈에 가톨릭 지도자가 관여하는 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을 언급할지에 대해) 조언받고 있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그것(로힝야)이 금지된 단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주 발표한 대 미얀마 메시지에서 교황은 “이번 방문이 화해와 용서,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교황은 30일 미얀마 일정을 마친 뒤 방글라데시도 방문한다. 방글라데시에는 미얀마의 박해를 피해 건너간 로힝야 난민 약 6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황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대표단을 면담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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