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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에 눈꽃 … 은빛 설경 한라산, 미리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2017.11.24 02: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눈꽃을 보니 황홀해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소금 뿌린 듯 하얀 눈꽃 황홀해”
영실코스선 눈 덮인 병풍바위 절경
겨울 등반 땐 월동장비 꼭 갖춰야
2월까지 동절기 입·하산 시간 조정

지난 19일 국내 한라산 영실코스 1650m 부근. 눈꽃이 달린 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진 풍광 앞에 선 김희정(40·여·서울시 대현동)씨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말했다. 이날은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다. 강설량은 1㎝ 정도로 적었지만 기존에 얼어붙은 서리에 눈이 더해지면서 애니메이션 영화인 ‘겨울왕국’이 현실로 펼쳐진 듯 했다.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한라산이 원산지인 구상나무는 눈을 뒤집어 쓴 채 바람의 방향으로 눈꽃을 피워 겨울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눈꽃을 뒤집어 쓴 나무의 모습이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다.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을 받는 이유다.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높게 자라지 않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제격이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라산을 비롯해 지리산·무등산 등에서 자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찾은 등반객들이 나무 위에 내려 앉은 눈꽃을 바라보며 초겨울 산행을 만끽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오후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찾은 등반객들이 나무 위에 내려 앉은 눈꽃을 바라보며 초겨울 산행을 만끽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에 의해 세계로 알려졌다.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한 뒤 연구보고서에 신종 구상나무라고 발표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민들이 ‘쿠살낭’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는데, ‘쿠살’은 성게를 가리키는 제주어다. 구상나무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이후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일부 품종 개량을 거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방향을 바꿔 영실코스 1500~1600m 부근으로 들어서자 하얀 눈이 뒤덮은 기암절벽과 병풍바위,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의 탁트인 바다전경이 펼쳐졌다. 이 곳은 제주에서 경관이 뛰어난 10곳을 일컫는 영주십경(瀛洲十景) 가운데 하나이자 명승 제84호로 지정된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엄한 모습을 뽐낸다.
 
눈 쌓인 한라산을 오를 때는 월동장구를 잘 갖춰야 한다. 겨울철에는 해발 100m를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6도씩 떨어지는 데다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2도씩 내려가기 때문이다. 눈이 쌓인 등반로를 오르려면 아이젠도 필수다. 또 체력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식수와 초콜릿 등 열량이 높은 비상식량도 챙겨가야 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한라산 등반 5개 코스와 어승생악 등반 1개 코스의 입산 개시 시각을 오전 5시30분에서 오전 6시로 30분 늦췄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지기 때문이다.
 
코스별로는 어리목코스(해발 970m)와 영실코스(1280m)의 입산 통제시각은 오후 2시에서 낮 12시로 2시간 당겨진다. 관음사코스(해발 600m)의 입산 통제는 낮 12시30분에서 낮 12시로, 돈내코코스(해발 500m)의 입산 통제는 오전 10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각각 30분 단축된다.
 
하산 시각도 빨라진다. 윗세오름(1700m) 하산 시각은 오후 4시에서 오후 3시로, 백록담 동릉 정상(1950m) 하산 시각은 오후 2시에서 오후 1시30분으로 조정된다. 오경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한라산 고지대에는 2월까지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등 시시각각 등반 환경이 변해 입산·하산 시각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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