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항지진, 11·15 지진으로 부르자”

중앙일보 2017.11.24 01:57 종합 20면 지면보기
“본진보다 큰 여진은 없습니다. 지진이 난 뒤에는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년 지진 겪은 최양식 경주시장
경주·포항, 지진 이미지 고착 땐
관광객 감소 등 2차 피해 초래해

대책 마련, 중앙 정부가 나섰으면
수해 기준 보상 규정도 정비 필요

지난해 9월 국내 지진 사상 최대인 규모 5.8의 강진을 겪은 최양식(65·사진) 경주시장이 지난 20일 경북 경주시 경주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주의 경험을 공유했다.
 
경주는 지난해 9월 12일 지진으로 90억8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최 시장은 “이제 지진 피해를 대부분 복구했다”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지진 앞에 완벽한 준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지진 하면 경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양식 경주시장

최양식 경주시장

지난해 지진을 겪으면서 뭘 배웠나.
“지진은 (대한민국) 어디든 올 수 있다. 경주는 지진으로 관광객 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 같은 비용과 대가를 치렀지만 (미래의) 지진에 대비하는 계기를 얻었다. 시는 지진이 난 뒤 행동 매뉴얼 책자와 스티커 배포, 피난 텐트와 모포 9000장 확보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 늘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경주 지진으로 배운 교훈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실천하고 있나.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재난은 항상 새롭다. 그래서 두려운 거다. 한국은 지진과 관련한 연구와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 양산단층 연구도 부족한데 새로운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루빨리 동해안 일대에 지진연구기관을 세워야 한다.”
 
경주지진 때 지진대비 비상 매뉴얼을 따로 만들었나.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매뉴얼이 2017년 2월에 나왔다. 그전에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 매뉴얼을 참고해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작년 9월 20일 배포했다. 지진 대응은 타이밍이다.”
 
지난해 9월 12일 지진 피해를 본 경주 황남동 한 음식점이 기와를 교체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12일 지진 피해를 본 경주 황남동 한 음식점이 기와를 교체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 시장은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경주지진 대신 9·12 지진으로, 포항지진이 아닌 11·15 지진으로 바꿔 불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지진·포항지진이라고 언론이 반복하면 해당 지역에 지진 이미지가 고착돼 관광객 감소 등 2차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포항에서 지진이 났을 때 불국사·첨성대 같은 주요 문화재 주변 상인들은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 시장은 “지난 9·12 지진 여파를 겨우 극복했는데 다시 지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토로했다.
 
관광객 감소 외에 제도적으로 아쉽거나 힘들었던 점은.
“지자체에만 대책을 요구하지 말고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포항 이재민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잘한 거다. 관련 법도 정비해야 한다. 지진으로 집이 부서지면 국가에서 소파(小破·소규모 피해)는 100만원, 반파(半破)는 450만원, 전파(全破)는 900만원을 보상해준다.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주거형 건물만 적용 대상이다. 또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은 수해 기준이라 지진에 맞지 않는다. 구체적인 정부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도 지자체 역할이 중요한데 포항시에 조언한다면.
“포항시가 열심히 하고 있다. 한 가지 꼽자면 시민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조언했다. 현재 상황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 심리상담가를 현장에 많이 투입해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답인가.
“이강덕 시장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했다고 하더라(정부는 20일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무조건 하라고 했다. 재난지역으로 각인될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모금을 하고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경주시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포항 이재민들에게 모포 1000장을 보내고 자원봉사자와 밥차를 지원했다. 지진 다음 날 최 시장이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포항시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 시장은 “온 국민이 동참해 지진 피해의 아픔을 나누고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은경·백경서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