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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툰 앱 2위 오른 카카오, 1년새 40배 ‘만화같은 성장’

중앙일보 2017.11.24 01:36 종합 2면 지면보기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가 카카오재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서 11월 가장 많이 매출을 올린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7개 중 4개는 한국계 기업이 만들었다. 웹툰이 포함된 책 카테고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라인 망가’(라인)에 이어 픽코마(카카오재팬·2위), 코미코(NHN코미코·4위), 코미코 플러스(NHN코미코·7위) 등이다. 웹툰을 포함한 만화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인 연간 5조원을 넘는 일본에서 거둔 성과란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애니팡처럼 ‘기다리면 무료’ 모델
일본 고객 월 수십만 엔씩 지갑 열어
‘만화=필수품’ 일본 5조원 시장서
한국계 기업, 상위 7개 앱 중 4개
레진코믹스, 중국서 서비스 시작

특히 지난해 4월 일본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1년 반 만에 웹툰 앱 시장 2위로 올라선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픽코마는 지난달부터는 다운로드 수 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고마(齣·만화 컷을 뜻하는 일본어)를 고르다(pick)’라는 뜻의 픽코마는 지난달 월 매출 3억 엔(약 29억원),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4%, 전년 동기 대비 3991% 성장했다. 그간 메신저 등 여러 사업을 해외시장에서 시도했지만 성과 없이 고전하던 카카오에는 단비 같은 성과다. 카카오재팬은 픽코마의 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2020년 도쿄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재팬의 일본 웹툰 앱 ‘픽코마’의 초기 화면(왼쪽). 오른쪽은 ‘지금만 0엔(무료)’ 서비스와 픽코마로 수출된 백승훈 작가의 웹툰 ‘독고’. [사진 카카오]

카카오재팬의 일본 웹툰 앱 ‘픽코마’의 초기 화면(왼쪽). 오른쪽은 ‘지금만 0엔(무료)’ 서비스와 픽코마로 수출된 백승훈 작가의 웹툰 ‘독고’. [사진 카카오]

지난 15일 오후 일본 도쿄 롯폰기(六本木) 시내의 카카오재팬 사무실에는 일본 만화 업계 종사자들이 쉼없이 드나들었다. 다들 ‘픽코마’ 앱에 만화를 싣거나 사업 제휴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날 사무실을 찾은 일본의 한 대형 만화 출판사 관계자는 “픽코마에서 연재 중인 경쟁사 만화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을 본 회사 소속 만화 작가들이 픽코마에 작품을 실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만화가 일종의 생활 필수품과도 같을 정도로 시장이 크지만 이런 분위기는 사실 외국 기업에는 되레 불리하다. 특히 슈에이샤(集英社)와 쇼가쿠칸(小學館) 같은 굴지의 대형 출판사들이 이미 웹툰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 인지도가 낮은 카카오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작았다.
 
카카오는 국내에서 성공한 바 있는 비즈니스 모델 ‘기다리면 무료’(일본에서는 ‘맛테바 0엔’이라고 부른다)를 픽코마에 그대로 도입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만화를 한 편 구독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애니팡’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을 할 수 있는 ‘하트’를 주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빙고 게임을 하거나 특정 만화를 보면 다른 만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공짜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콘텐트에 지갑을 여는 데 적극적인 일본 소비자들은 웹툰 앱에서 한 달에 많게는 수십만 엔씩 쓰기도 한다.
 
카카오재팬에 앞서 2013년 일본에 진출한 라인 망가와 코미코도 각각 월간 이용자 수 150만 명, 20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들은 아직 종이에 펜으로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종이책 시장에도 집중한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재빨리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일본 현지 웹툰을 전진 배치하고 다양한 요금 체계를 선보인 것도 일본 독자들에게 주효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에서 인기가 검증된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K-웹툰’ 열풍을 이끈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재팬은 다음달 도쿄 시내에서 일본 팬들과 천 작가가 모여 함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웹툰을 넘겨보는 ‘웹툰 상영회’를 열기로 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7년의 밤』 『종료되었습니다』와 같은 소설을 웹툰으로 선보일 준비도 하고 있다. 만화·영화·소설 등 콘텐트 간 경계를 허물어야지 사업을 계속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기업의 ‘웹툰 플랫폼’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라인의 ‘라인 웹툰’은 인도네시아·태국·대만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웹툰 기업 레진코믹스는 중국에서 유료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120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에서 웹툰을 무단으로 복제해 배포하는 불법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웹툰 사업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는 월 방문자가 5000만 명이 넘고 이로 인한 업계의 피해 액수가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웹툰 콘텐트의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국내 웹툰 사업자들의 과제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사회에서 처음 한류 열풍이 일었다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었을 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한때 한국 콘텐트면 무조건 다 계약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류만 믿고 수출된 품질 낮은 콘텐트가 한류 열풍을 역으로 망친 사례들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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