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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뼈 발견 20일 보고 받았지만 … 김영춘, 제대로 안 챙겼다

중앙일보 2017.11.24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월호 선체에서 손목뼈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지난 20일 보고받았지만 이 사안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뼈 발견 사실이 닷새 늦게 공개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 김 장관은 “20일 오후 5시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국장급)이 ‘17일에 조그만 뼛조각이 발견됐는데 그 뼈는 (이미 수습된) 조은화·허다윤양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보고를 받은 뒤 “기존 유골이 발견됐을 때의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목포신항의 현장수습본부는 뼈가 발견되면 바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고 유가족과 언론에도 알렸다.
 

“매뉴얼 따라 처리” 지시했는데
해수부 측, 22일에야 감식 의뢰

김 장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청와대 “장관 거취 얘기는 부적절”
이철조 수습본부장은 보직해임

하지만 해수부 측은 뼈 발견 사실을 21일 오후 3시에야 세월호 선조위에 통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것은 22일 오전 10시였다. 언론에 공개된 것은 22일 오후 4시였다. 20일 보고를 받은 뒤 언론 보도가 있던 22일까지 왜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지시 사항이 당연히 이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확인을 못했던 것은 제 불찰”이라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김 장관도 늑장 대응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23일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을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 장관의 말은 이 문제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의미”라며 “현 단계에서 장관의 거취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해수부는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7일 유골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 샐비지 소속 작업자다. 이후 실무자를 거쳐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과장급)에게 보고됐고, 이철조 본부장도 이날 오후 5시쯤 이를 알았다. 상부 보고 시기를 늦추기로 한 건 김 부본부장이었고 이 본부장도 동의했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현장수습본부가 유골 발견 공개를 미룬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손목뼈가 미수습자의 것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이 본부장은 “4월 초부터 147점의 유해가 수습돼 DNA 검사를 거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현재까지 객실부에서 유해가 나온 세 분 중 한 분일 것이라고 예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손목뼈에 대한 국과수의 감식 결과는 이르면 열흘 뒤 나온다.
 
미수습자의 장례가 차질 없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본부장은 “장례를 치르는 3일간 굉장히 힘들어한 미수습자 가족이 마음을 추스른 뒤 말씀드리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보를 차단한 것은 맞지만 악의적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18~20일 삼일장이 끝나고 22일로 예정된 삼우제(三虞祭)가 마무리된 뒤 가족들에게 이를 알린다는 게 현장수습본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고의 은폐’ 사건으로 확대됐다.
 
해수부는 보고를 제때 하지 않은 김현태 부본부장을 22일 보직해임하고 감사관실이 조사를 했다. 이철조 본부장은 23일 김 장관의 브리핑 때 배석해 기자들에게 설명까지 했지만 이날 오후에 보직해임됐다. 장관 보고를 3일간이나 미룬 이 본부장을 설명회에 참석시켰다 뒤늦게 보직해임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김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유골 발견 사실을 20일에 알고도 밝히지 않았던 김영춘 장관이 이번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며 “재발 방지라는 지겨운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사퇴 의사부터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촛불민심으로 탄생했다는 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야바위짓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은폐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모든 행정적·법적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논란 일지
● 11월 17일
오전 11시20분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 추정물 1점 발견
오후 1시30분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보고
오후 5시 김 부본부장, 이철조 본부장에게 보고
● 11월 18일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5명 합동 영결식 진행
● 11월 20일

오후 5시 이 본부장, 김영춘 장관에게 보고. 김 장관 “규정대로” 지시
● 11월 21일

오후 2시 김 부본부장, 고 조은화양(수습자) 모친에게 상황 설명
오후 3시 김 부본부장,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 방문해 상황 설명
● 11월 22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 의뢰
낮 12시 미수습자 남현철군 부친, 김 부본부장에게 뼈 발견 확인 요청
오후 2시 이 본부장,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 보고
오후 4시 일부 언론에 보도
오후 7시 김 장관 공식 사과, 김현태 부본부장 보직해임
오후 7시20분 문재인 대통령, 진상 규명 지시
● 11월 23일

오전 9시 해수부 감사관실, 김 부본부장 등 조사
오후 4시 김 장관, 중간조사 결과 발표
오후 8시 이철조 본부장 보직해임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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