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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환자 63%가 블루칼라, 중증외상센터는 약자 돕는 곳인데 …

중앙일보 2017.11.24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밤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병실에는 빈 베드가 없었다. 특이하게도 여러 곳에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이는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이국종 센터장은 “네팔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하다 다쳐 중증외상을 입고 수술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3일 현재 이 센터에는 태국·중국 등지의 근로자 4명이 입원해 있다.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하거나 장비에 깔려 다친 환자들이다.
 

전국에 9곳, 제도적 뒷받침 부실
이국종 “노동자·농민 살리려는데
왜 이렇게 안 도와주는지 모르겠다”

응급환자 검사비 삭감 당하기 일쑤
헬기 내 긴급진료, 건보 지원 못 받아

현재 아주대병원 센터처럼 전국에 16곳의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다. 이 중 9곳이 문을 열고 환자를 진료한다. 중증외상센터에 오는 환자는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올 1~6월 중증외상센터 9곳을 찾은 1만633명 중 직업을 표기한 환자 1576명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단순 노무직 종사자가 338명(21.4%)로 가장 많다. 건축·토목 공사 현장 인부들이다. 다음으로 장치·기계를 조작하거나 조립하는 근로자가 264명, 농업·임업·어업 종사자가 209명, 기능공 187명 등이다. 이들은 육체 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계층이다. 중증외상 입원환자의 63%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3일 성명서에서 “이국종 교수는 건설현장에서 떨어지거나 큰 기계가 넘어지고, 총상을 입거나 교통사고로 장기가 크게 손상되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한다”며 “이 교수는 대부분 사회·경제적 약자인 중증외상 환자들의 목숨을 살리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절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환자의 인권을 지키려면 환자가 죽음의 선상에 있을 때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농민 환자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생각뿐인데 왜 이렇게 도와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상전문의들은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한다. 이 센터장은 “에이즈 환자가 실려왔을 때 응급키트로 검사하면 검사비가 삭감된다”고 비판했다. 출혈이 많은 환자가 오면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응급키트를 이용한 현장 검사다. 의료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교통사고 환자나 산재 환자는 자동차보험·산재보험에서 검사비(약 9만원)를 지급하지 않아 병원이 떠안는다.
 
또 이 교수는 헬기 이송 도중 환자의 심장이 정지했을 때 왼쪽 겨드랑이 부분을 절개해 한 손을 몸속으로 넣어 심장을 직접 마사지하는 응급처치를 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중증외상 환자에겐 심폐소생술이 효과가 없어서다. 그런데 이런 행위의 건보 수가가 없다. 현행 건강보험법에서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만 수가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헬기에서 행하는 의료는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
 
또 중증외상 환자에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했는데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삭감한다. 조현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 환자는 의식 없이 실려온다. 어디가 다쳤는지 알 수 없고 목격자도 없는 경우가 많다. 손상 부위를 알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는 일반 환자와 완전히 다른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에크모(몸 밖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기계)를 달아서 환자 살리려다 환자가 사망하면 에크모 비용을 삭감당한 경우가 있다”며 “환자 살리는 데 도움이 안 된 처치를 왜 했느냐고 삭감하는데, 이는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개념이 없는 탓”이라고 말했다.
 
최강국 가천대 길병원 외상센터 교수는 “암은 명의가 있으면 그 사람이 수술을 잘 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외상 환자는 365일 돌볼 수 있게 당직을 서야 한다. 한두 명이 계속 할 수 없다. 정부가 외상 전담 의사 인건비만 지원해 준다. 지원 인력에 대한 지원은 안 돼 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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