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ek&] 보름달 뜨면 광란의 섬, 달 기울면 조용한 낙원

중앙일보 2017.11.24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코팡안 서쪽 해변에서는 어디서든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풀문파티가 없을 때 가야 분위기가 한갓지다.

코팡안 서쪽 해변에서는 어디서든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풀문파티가 없을 때 가야 분위기가 한갓지다.

태국 코팡안(Kohphangan)은 보름달만 뜨면 섬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밤새 난장을 벌이는 ‘풀문파티’로 유명한 섬이다. 그래서 일부러 음력 보름이 지난 뒤 이곳을 찾았다. 진짜 섬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보름을 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숙박비가 훨씬 저렴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풀문파티의 원조 태국 코팡안
핫린 해변에 수만 명 모여 밤새 축제
파티 피해야 여유롭고 숙박비 저렴
요가?요리강습 즐기는 여행자 많아

코팡안은 태국 남부에서 가장 큰 수라타니주(州)에 속해 있다. 수라타니공항에서 돈삭 부두로 이동해 스피드보트에 올라탔다. 밤 비행기를 타고 와서인지 깊은 잠에 들었다. 잠시 깨니 코사무이, 다시 깨니 코팡안이었다.
 
코팡안은 풀문파티의 원조로 유명하다. 1985년 섬 남쪽 핫린 해변의 작은 방갈로에서 여행객 20~30명이 밤새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면서 이 광란의 파티가 시작됐다. 유럽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파티는 점차 커졌다. 지금은 매달 음력 보름이면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3만 명이 모여 전자음악 비트에 몸을 맡기며 해가 뜰 때까지 미친듯이 논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이드 니키와 함께 섬 투어에 나섰다. 니키는 “태국 국왕 라마 5세(1853~1910)가 코팡안을 열 번 이상 찾아와 휴식을 누린 비밀 장소가 있다”며 안내했다. 그는 코팡안의 산과 폭포에 단단히 반했는데, 그가 즐겨 찾던 장소 일대가 탄 사뎃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가는 길,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높이는 무려 50m, 둘레는 어른 10명이 손을 이어잡아야 할 정도로 큰 이행나무였는데 한국의 당나무처럼 밑동에 리본을 묶어두었다. 마을 사람들은 수령 500년으로 추정하는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공원은 정글 같았다. 나무 줄기마다 초록 풀들이 엉겨 있었고, 이름 모를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생김새가 다른 폭포가 100m 거리마다 있었는데, 석회 함량이 높아서인지 물빛이 뽀얀 에메랄드색이었다.
 
        스리타누 지역에서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

스리타누 지역에서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

이튿날은 섬 북서쪽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은 섬 코마로 이어진 모래톱이 인상적인 매핫 해변을 들렀다가 요가 강사 서니의 요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섬 북서쪽 스리타누 지역에는 요가 강습소가 10곳에 달한다. 이곳에는 요가를 배우며 심신을 수련하는 장기 투숙자가 많다. 섬 남동쪽 핫린 해변이 욕망의 분출구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야가 탁 트인 건물 2층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유러피언으로, 한 달 이상 요가를 배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배경음악은 따로 없었다. 서니는 “자신의 호흡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엔 태국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C&M문화센터 요리 강습에 참가했다. 강사 한 명에 수강생이 세 명이어서 분위기가 오붓했고, 사방이 트인 주방에서 호수를 보며 요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색 체험이었다.
 
        통살라 항구에서는 매일 야시장이 열린다.

통살라 항구에서는 매일 야시장이 열린다.

도전한 요리는 팟크라파오 가이(닭고기 볶음)·솜땀(파파야 샐러드)·똠얌꿍 세 가지. 사실 태국 음식 간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다. 맵고 짜고 달고 신맛이 모두 강한 만큼 고추와 피시소스, 설탕과 식초를 아낌없이 넣으면 된다. 그러나 태국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건 역시 향이 강한 채소에 있었다. 신선한 바질·고수·레몬그라스 등이 제맛을 내면서 태국 요리가 완성된다.
 
        C&M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쿠킹클래스.

C&M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쿠킹클래스.

        참가자가 직접 만든 팟크라파오.

참가자가 직접 만든 팟크라파오.

마지막 요리 똠얌꿍을 완성한 뒤 같이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코팡안에 오게 됐는지, 앞으로 여행 계획은 무엇인지. 프랑스인 엘스는 앞으로 서너 달 동남아시아를 구석구석 여행할 계획이란다. 미국인 소피아는 남편과 코팡안에서 두 달간 살아본 뒤 정착 여부를 결정할 건데, 마음이 거의 기울었단다. 이곳에 눌러앉는 쪽으로. 다음은 내 차례. 코팡안에 취재를 왔다고 하자 이들은 정색하며 입을 모았다. “코팡안이 더 이상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코팡안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제해 달라”고.  
 
코팡안

코팡안

◆여행 정보
한국에서 코팡안을 가려면 방콕을 경유해 수라타니로 간 다음 공항에서 돈삭 부두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뒤 페리를 타고 섬으로 가야 한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를 이용하면 이 복잡한 교통편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하루 3회 운항하는 인천~방콕 항공편을 구매한 뒤 방콕~코팡안(국내선 항공·버스·페리 포함) 구간을 예약하면 된다. 서니요가(omsunnyyoga.com) 오전 강습은 300바트(1만원), C&M문화센터 쿠킹클래스(thaiculture.education)는 1회 1200바트(4만원). 자세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visitthailand.or.kr ) 참조.

 
코팡안(태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