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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 잃어버린 줄도 모른 은행연합회 … 코픽스 공시 오류 찾아낸 건 감사원

중앙일보 2017.11.24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한애란 경제부 기자

한애란 경제부 기자

‘2015년 4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수정 공시’
 

5년 전 구축한 자동 점검 시스템
‘입력 실수’ 발견 못할 정도로 부실
남 탓 하기전에 재발 방지 고민해야

제목만 보고 오타인 줄 알았다. 22일 은행연합회 보도자료는 여러모로 황당했다. 코픽스 공시 오류 발생도 놀랄 일인데 무려 2년 반 만에 이를 발견해 정정했다. 피해 고객 수만 최대 40만 명, 피해 규모로는 약 15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고다.
 
더 황당한 건 공시 오류가 밝혀진 과정이다. KEB하나은행이 당시 정기예금 금리 수치를 잘못 입력했음을 밝혀낸 건 은행도, 은행연합회도, 금융감독원도 아니다. 바로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이번 주부터 주택금융 위험요인 관리 실태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현장 감사에 앞서 사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은행연합회와 한국은행에 각각 제출한 금리 자료를 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두 자료에 적힌 2015년 4월 기준 KEB하나은행 수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 통보했다.
 
감사원이 사전자료 조사만으로 바로 찾아내는 오류를 2년 반 동안 은행권 어디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1차 책임은 입력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은행에 있다. 아무리 직원이 수치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도 튀는 숫자가 있으면 이를 경고해주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점에서 “직원 한 명의 실수였다”는 해명은 대형 시중은행의 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미 똑같은 공시 오류가 2012년 10월에도 있었다. 당시엔 공시 오류 20여 일 만에 수정이 이뤄져 피해자 수 4만 명, 피해 금액 550만원으로 지금보다 적었다. 그때 은행연합회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은행이 입력한 숫자가 전달과 비교해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크면 자동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지금 보니 은행연합회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다. 2012년 구축했다는 자동 점검 시스템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은행이 직접 입력하는 세부항목 268개가 아닌 그 중간합계 항목 몇 개만 추려 점검하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이 2015년 5월에 만기 5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0.08%포인트나 높게 입력했는데도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시스템을 설계했냐고 묻자 은행연합회는 공정위원회를 탓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심하게 받아서 가급적 은행연합회가 은행의 금리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세부항목은 검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012년 7월 시작된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를 의식했다는 뜻인데, 해명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공정위가 무서워서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했다면 책임 방기일 뿐이다.
 
코픽스는 대출금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10년 탄생한 은행권 자금조달비용 지수다. 기존 대출금리의 기준인 CD금리가 너무 변동 폭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의 조달비용을 정확히 대출금리에 반영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런데 이런 식의 공시 오류가 반복되면서 코픽스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이제 코픽스가 뛰면 ‘또 오류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할 판이다. 대출자들이 대출금리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은행권은 아무런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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