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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김장 맛을 결정하는 '강화도 새우젓'의 비밀

중앙일보 2017.11.24 00:01
 
“달달한 새우젓(?) 사 가세요.”

강화도 새우젓 타지역보다 염도 낮아 달달해
한강·임진강·북 예성강 등이 합류하기 때문
김치냉장고 등장으로 덜 짠 새우젓을 더 선호
잡은 기간이 이름 좌우, '오젓', '육젓' '추젓
김장 김치에는 비싼 '육젓'보다 저렴한 '추젓'
타지와 가격 비슷해 추젓 1kg에 1만5000원
상인들 "싸지 않지만 최고품질 자부심 있다"

 
지난 21일 오후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짜야 할 새우젓이 달다는 상인들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상인이 집어 준 새우젓을 먹어봤지만 짰다. 짜도 너무 짰다.
 
왜 상인들은 이렇게 짠 새우젓이 ‘달달하다’고 할까. 
젓갈시장의 18개 점포 중 몇몇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우리 새우젓은 달달하다’고 주장했다. 억지같았다.
상인들은 왜 짠 새우젓이 달달하다고 강변할까. 
강화도 새우젓은 염도가 낮아 타지역의 것보다 덜 짜고 영양가가 풍부하다. 임명수 기자

강화도 새우젓은 염도가 낮아 타지역의 것보다 덜 짜고 영양가가 풍부하다. 임명수 기자

 
30년 넘게 부인과 함께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최정권(63)씨도 “맞다. 우리 새우는 달다”고 했다. 그는 “새우젓이 짠 건 당연하지만, 우리 강화도 것은 타 지역보다 덜 짜다는 의미”라며 “과거에는 김치냉장고가 없어 여름을 나야 하므로 짜게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짠맛을 덜 내는 것은 아니다. 최씨는 “강화도 인근 바다의 경우 타 지역과 비교하면 염도가 낮다”며 “당연히 새우도 염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덜 짜게 먹는 요즘 같은 세대에는 김장 김치 재료로 가장 안성맞춤”이라고 자랑했다.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김장용 새우젓을 사기위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임명수 기자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김장용 새우젓을 사기위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임명수 기자

 
강화도 바닷물의 염도가 낮은 이유는 한강·임진강과 북한의 예성강이 합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양염류가 풍부하게 유입된다. 타 지역보다 덜 짜고 영양가가 높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염도가 100이라고 하면 강화도는 80 정도 된다고 한다.
 
또 강화도 새우는 1~2년 숙성을 시켰음에도 속이 다 보일 만큼 싱싱하다. 염장처리를 하는 시간이 짧아서다. 숙성시키는 저장소가 새우를 주로 잡는 강화도 서쪽 바다와 불과 10여 분 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2년 숙성시키더라도 싱싱한 이유다. 이 때문에 과거엔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다고 한다.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안쪽 모습. 임명수 기자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안쪽 모습. 임명수 기자

 
김장철이 본격화되면서 이날 오후 젓갈시장에는 새우젓을 사려는 40~50대 중년 부부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류지영(53)씨는 “예전에 놀러 왔다가 새우젓을 산 뒤 아내가 매년 이곳에서 새우젓을 사 오라고 한다”며 “맛이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다른 지역 것 보다 조금은 덜 짜고, 더 맛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가 멀어 택배로 주문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상점 앞 통로에는 전국 각지로 보내기 위한 택배 상자들이 수북이 쌓였다.
전국 각지로 보내질 새우젓이 담긴 택배상자들. 임명수 기자

전국 각지로 보내질 새우젓이 담긴 택배상자들. 임명수 기자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린다.    
음력 5월에 잡으면 ‘오젓’, 음력 6월에 잡은 것은 ‘육젓’으로 불린다. 또 금어기가 끝난 뒤인 9월에 잡은 것을 ‘자젓’과 ‘추젓’이라고 부른다. ‘자젓’과 ‘추젓’은 ‘육젓’이 낳은 새끼들이라고 한다. 이중 ‘자젓’은 가장 처음에 잡은 것으로 가정집에서 새우 젓갈을 만들 때 사용된다고 한다.
 
이중 ‘육젓’이 가장 크다. 살이 얇고 통통해 씹히는 맛이 있다. 과거 김장을 담글 때 주로 ‘육젓’을 넣었지만, 가격이 비싸 요즘에는 ‘추젓’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육젓’은 주로 반찬용으로 조금씩 사 가는 추세다.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앞에 놓인 새우 조형물. 임명수 기자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앞에 놓인 새우 조형물. 임명수 기자

‘추젓’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80%가 강화도 산이다. 이중 절반 정도가 강화도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목포와 신안 등지로 팔려간다는 게 경인 북부수협 측 설명이다. 가격은 1~2년 숙성시킨 ‘추젓’과 ‘오젓’은 1kg에 1만5000원이지만 ‘육젓’은 1kg에 4만원이다.
 
다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면 통상 저렴하지만 이곳에서는 ‘강화도 새우=최상품’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제대로 된 상품으로 제값을 받겠다는 것이 이들 상인의 입장이다. 물론 전통시장처럼 흥정을 통해 양을 조금 더 받을 수는 있다.
 
또 다른 상인 김정순씨는 “솔직히 싸다고는 말 못 한다”며 “값은 비싸지만, 새우젓만큼은 우리 것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장할 때는 ‘추젓’을 주재료로 하고, ‘육젓’을 갈아서 넣으면 씹는 맛이 더 좋다”고 말했다.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앞 안내표지판.

강화도 외포항 젓갈시장 앞 안내표지판.

 
강화도 새우젓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2~3년 전부터 새우가 잘 잡히지 않아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통상 3만~4만 드럼(1드럼당 200kg) 정도가 강화도 현지에서 경매에 부쳐졌는데 올해는 6877드럼(137.5T)만 경매에 부쳐졌다고 한다.
 
경인 북부수협 관계자는 “예년에 추젓 1kg이 7000원~1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잡혔는데 최근에는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며 “3~4년 전보다 어획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도 새우젓이 갈수록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셈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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