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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장거리 미사일 발사 카드 만지작?…‘조선우주과학자’ 긍지와 자부심 언급

중앙일보 2017.11.23 13: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포문을 열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테러지원국 지정은)엄중한 도발이며 난폭한 침해”라며 “미국은 감히 우리(북한)를 건드린 저들의 행위가 초래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대변인 성명을 통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고, “미국의 행동 여부에 따라 우리의 차후 대응조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침묵을 지키던 노동신문도 23일 아태 대변인 성명을 싣고 미국 규탄과 위협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뤄지면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 대응 방안을 고심한 뒤 포문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22일부터 포문 열어
입장표명 형식이나 비난 수위는 예상 보다 낮다는 분석 많아
70일 이상 도발 중단 한 상황서 '우주' 언급에 주목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쏠 때마다 우주 개발이라구 주장

다만, 북한의 반발 형식이나 수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지난 9월과 10월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언급하며 말 폭탄을 주고 받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미국 본토 공격을 동원한 말 폭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북한의 대응이 시작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도 상황 악화에 대한 부담을 느끼거나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을 통한 상황관리가 진행 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나 외무성이 아닌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때 정부나 외무성 등의 성명이나 담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발표하는데 입장 표명 방식 중 비교적 낮은 단계를 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2월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해 2월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 노동신문]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선(북한)우주과학자의 긍지와 자부심이 높다”는 러시아 자브트라 신문의 13일자 보도를 인용했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0일 넘게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러시아 언론을 인용하긴 했지만 ‘우주’를 언급하고 있어 장거리 로켓(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쏠 때마다 인공위성 발사용이라며, 우주개발이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북한은 지난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을 통해 “미국에 불맛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데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제재에 다소 낮은 수준의 대응이 기습 도발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 당국자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쐈던 북한도 날씨가 추워지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해 왔다”며 “다만, 장거리 미사일은 12월과 2월에 쐈던 경험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0월 20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실패)한 게 시기적으로 연중 가장 늦게 탄도미사일을 쏜 사례다. 반면, 2012년 12월 12일, 지난해 2월 7일 등 3단계 미사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은하-3, 광명성)은 주로 겨울에 쐈다. 북한은 이들 미사일을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해 왔고, 최근 엔진 연소 실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는 정보가 있다. 정보 당국자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일상적인 움직임은 있지만,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동창리 발사장 인근에 미사일 조립 공장을 건설하고, 발사대를 가림막으로 가려놔 이전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처럼 기습발사는 아니더라도 김정은이 결심하면 이른 시간 내에 발사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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