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정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확실히 대처하라

중앙일보 2017.11.23 01:42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13일 북한군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두 차례 위반한 사실이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폐쇄회로TV(CCTV)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귀순병을 쫓던 북한군 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돌아가는 모습과 북한군 네 명이 귀순병 등에 대고 총격을 가하는 가운데 그중 1명은 누워 쏴 자세로 조준사격하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발포와 월선은 1984년 소련 민간인의 판문점 망명 사건 이후 JSA에서 처음 벌어진 무력 도발이자 총기가 사용된 첫 사건이다. 남북 모두 비무장 상태로 있어야 하는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북한이 40여 발의 총질을 한 것이다. 유엔사 관할 지역에서 남측을 향한 총질은 한국은 물론 한·미 동맹과 유엔에 대한 도발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
 
유엔사는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지만 동영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차고 넘친다. 북한군이 우리 영토에 총질을 하고 월선까지 했는데도 군은 경고방송조차 하지 않고 지켜만 봤다. 자신이 몰던 차량이 배수로에 빠진 직후 뛰쳐나온 귀순병에 북한군이 사격을 개시한 시점은 당일 낮 3시15분이지만 우리 군은 15분 늦은 3시31분에야 쓰러진 귀순병을 발견했다. 구출은 3시55분에야 이뤄졌다. 또 군은 사건 직후 우리 측 JSA 대대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포복으로 귀순병에게 다가가 구출했다고 했지만 동영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대장은 후방에서 지휘하고 부사관 두 명이 포복으로 귀순병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관련 국제 규정이나 법 절차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남의 일 얘기하는 듯 넘어가는 수준이다. 유엔사 관계자가 22일 JSA 내 군사분계선에 다가가 육성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엄중한 어조로 항의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교전수칙도 그에 상응해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는데도 청와대가 “교전수칙은 유엔사 관할”이라며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이라며 개정 검토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맞다. 실천에 옮겨야 한다.
 
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북한이 협정을 위반한 사례는 42만 건이 넘는다. 특히 무장공비 침투나 국지 도발 등 중대한 위반도 지난해 말 기준 3094건에 달한다.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 영토를 유린한 북한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남북 대화에 걸림돌이 될까봐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북한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무력 도발을 거리낌 없이 자행할 것이다. 그러면 대화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뿐이다. 2018 평창 올림픽의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오를 우려가 크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