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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한민국 국회에 미래연구원을 허하라

중앙일보 2017.11.23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윤기영 FnS 컨설팅 대표

윤기영 FnS 컨설팅 대표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권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미래예측과 확신에 찬 대응전략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국민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정부가 내세우는 미래전략과 그 속에 포함된 미래상은 평범한 시민에게 임박한 현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앞으로 세상이 이렇게 바뀐다고 특정 미래상을 발표하는 것은 자식교육에서부터 결혼·직장·사업·노후대책까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 행위에 해당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미래를 해석하는 권력은 통치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국민의 감시와 견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은 대통령 5년 임기에 맞춰서 주요 국가정책들이 오락가락하고 중장기 미래대책은 손도 못 내는 근시안적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제 미래전략을 다루는 숨겨진 권력에도 주권재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권마다 내놓는 중장기 미래전략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국민 행복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지고 시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래연구를 전담하는 기구가 국회에 들어선다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는 국회 소속의 중장기 미래 연구기관을 신설하는 국회 미래연구원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10~20년 후를 내다보는 초정파적 미래연구조직의 필요성에 여야가 모처럼 합의하고 공감한 결과이다.
 
국회가 미래연구를 명분으로 옥상옥을 짓는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입법부 + 미래연구’의 조합이 대통령 단임제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정권의 단기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중장기 미래연구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국회에 미래연구를 담당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할까.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행정부나 국책연구소의 미래예측은 아무래도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임기 내 치적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헌법기관으로서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위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회 미래연구원이 설립 목적대로 중립적인 중장기 미래연구를 수행한다면 정부가 ‘미래’의 해석을 자의적으로 독점, 왜곡 못하게 견제하고 국가 비전에서 민의를 수렴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존 로크가 민주주의를 위해 행정과 입법의 이권분립을 주장했듯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해석하는 권력도 행정과 입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국가비전을 지우고 국민을 또 다른 미래로 동원하는 비민주적인 행태는 고쳐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국회에 미래연구원을 허하라.
 
윤기영 FnS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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