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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책 읽으며 찾은 환경운동가 꿈…40여 개국 오가며 쌓은 경험으로 키워냈죠

중앙일보 2017.11.21 20:59
이유진 환경운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유진 환경운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환경운동’이란 단어는 20년 전만 해도 낯설었죠. 빈곤 탈출이 1차 목표인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게 ‘환경운동’은 사치처럼 여겨졌고, 서구의 잘 사는 나라들이나 하는 배부른 짓(?)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영향으로 국내에서 환경운동가의 배출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환경운동은 대부분 선구자들의 시민단체 활동으로 태동됐죠. 40여 개 나라와 국제교류를 통해 환경운동을 펼쳐 온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43) 역시 1999년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환경운동가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①이유진 환경운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그는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기후변화 이야기』 등 환경 분야 저서만 10여 권을 펴낸 이 분야 베테랑이지만, 처음부터 환경운동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부 전공도 경제학이죠. 하지만 한 사건이 그를 색다른 길로 이끌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신문을 보다가 '청년이여, 아시아를 보자'는 공모 프로그램을 봤어요. 학생들 몇 명을 선발해 국제 환경문제를 탐방하는 것이었죠. 공모 문구를 딱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놓치고 싶지 않았죠.”  
 
이 위원은 1996년 공모에 당선돼 필리핀·인도네시아로 떠났어요. 그리고 필리핀에서 충격적인 쓰레기 산을 봤습니다. “그 땅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였어요.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된 물을 마신 여성들은 병으로 고통받았죠. 병든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기형이었습니다. 참혹한 모습이었어요. 환경파괴가 생명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혹독하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필리핀에서의 참혹한 모습이 쉽사리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이 위원은 당시 공모를 주최한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에 몸담게 됐고 환경운동가의 삶을 살게 됐죠.  
 
‘인생에 큰 영향을 줬던 경험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이 위원은 2000년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을 꼽았습니다. “주한미군이 사망할 경우,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에 방부처리를 합니다. 그때 사용하는 약품이 포름알데히드인데 굉장히 유독한 물질이에요. 이걸 별도의 정화처리 없이 한강에 버렸던 거죠.” 이 사건으로 책임자 앨버트 L. 맥팔랜드는 오랜 재판 끝에 사건 발생 5년 뒤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한미 소파(SOFA) 개정 환경조약에 큰 역할을 했죠. 이 사건은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어요.  
 
'2017 서울 국제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서울시 에너지 정책의 성과에 관해 발표 중인 이유진 환경운동가.

'2017 서울 국제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서울시 에너지 정책의 성과에 관해 발표 중인 이유진 환경운동가.


환경문제 해결에는 '국제적 연대' 필수

환경문제는 국경이 없습니다. 대부분 국가 간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죠. 중국 두만강 인근에는 멸종위기 곰을 잡아서 잔혹한 방법으로 웅담을 채취하는 농장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채취한 웅담 대부분이 국내에 밀반입됩니다. 연변에 있는 곰이지만 소비는 한국에서 있는 거죠. 이 위원은 이 한국 내에서도 이 문제를 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년간 곰 농장 실태 조사를 보고서로 엮었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후쿠시마를 방문해 사후 실태를 직접 확인했고, 오키나와에서는 멸종위기 종인 듀공 보호 운동을 조사했죠. 또 아프리카·페루·오스트리아·독일·스웨덴·호주·뉴질랜드 등 30~40개국이 넘는 나라를 오가며 환경문제를 경험했어요. 이 경험은 그를 국제환경전문가로 키웠고, 환경 문제의 국제적 연대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줬어요.  
 
“국내외를 둘러싼 기후변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죠.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나라는 선진국이지만, 정작 피해는 아프리카나 작은 섬나라 등 약소국가가 고스란히 받아야 하니까요.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지역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녹색기후자금, 온실가스 배출권 조율 등이 국가 간 노력의 산물이죠.”


기록하는 습관과 책이 성장 밑거름
“세계를 탐사하면 할수록 공부가 필요했어요. 대학원으로 들어가 원래 전공인 경제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려고 했는데, 지도교수이자 멘토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났죠.” 윤 교수의 지도로 에너지 정책 분야의 재미를 맛본 이 위원은 지역에너지 정책, 지자체 에너지 정책, 자립마을·자립도시 쪽 연구에 매진했어요.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제 활동에 도움은 됐지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환경 및 에너지 문제 대책을 연구하려고 보니 공부가 필요했고 그래서 연구한 거죠. 공부했기 때문에 현재 직업을 가진 게 아닙니다.”
 
이유진 환경운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유진 환경운동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기록하는 습관도 그를 현재 위치에 오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죠. 이 기록들로 10여 권의 책을 펴냈어요. 자신이 겪은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나이에 맞지 않게 책을 많이 썼어요. 시민단체 녹색연합에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때마다 기록을 잘했습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설치된 지역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고 사진과 글로 기록했어요. 그게 묶여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라는 책으로 탄생했죠. 학창시절, 학보사 기자 시기 가졌던 습관이 큰 도움이 됐어요.”
 
남긴 기록들은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줬어요. 서울시 에너지 정책, 원전 줄이기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밑바탕도 됐고,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함께 개선해 나갈 인재들도 키웠죠. 책도 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그는 존 포스터의 『환경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환경운동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 책에 담긴 '하나뿐인 지구, 하나에 맞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가장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메시지는 이후 이 위원의 신념이 됐죠.  
 
가치 있는 경험에 도전하세요
이 위원은 청소년들에게 자유학기제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라고 조언했어요. 그가 초·중·고교에 재학할 때는 공부만이 전부인 환경이었죠. 인생을 바꾼 소중한 체험 기회도 대학에 들어가서야 경험해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중학교 시절 '소중한 체험'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이죠. “이 시기 경험했던 독특한 체험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요. 적극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되 지혜롭게 선택해서 경험해야 합니다. 시간을 헛되이 사용하지 마세요.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노력하세요.”
 
또한 그는 청소년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덧붙였어요. “살다 보면 자신의 삶을 바꾸는 큰 계기가 닥치는 순간이 있습니다. 자신의 진로 변경이라든지 변화의 계기가 다가올 때,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요건을 따지기 전에 과감하게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세요. 그리고 결정하세요.”
 
글=최중혁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길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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