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룡마트 공세에 밀린 부산 동네수퍼 5000곳 "22일 동맹휴업"

중앙일보 2017.11.21 16:35
이마트타운 연산점 건립에 반발해 소상공인들이 지난 6월 1일 부산 연제구청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마트타운 연산점 건립에 반발해 소상공인들이 지난 6월 1일 부산 연제구청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지역 중소상인 1만여 명이 오는 22일 오전 동맹 휴업에 나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중소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는 초강수 대응에 나선 것은 생존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이마트 이어 롯데마트·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줄줄이 출점
생존권 위협에 지역 중소상공인 1만명 22일 궐기대회
상공인 협회 “여야민정협의체 만들어 해결책 만들자”

동맹휴업을 이끄는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마트가 연산점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여는데 이어 롯데마트, 코스트코, 농협에서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라며“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탈에 부산지역 18만5000명의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조만간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자체브랜드(PB) 상품 위주 매장인 ‘온리프라이스’를 출점시켜 이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 위주 매장인 ‘노브랜드 마켓’과 결전을 벌일 태세다. 이에 질세라 코스트코는 부산 수영점에 이어 용당과 신평에 용지를 매입하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또한 연말까지 두 곳의 하나로마트 매장을 준비하고 있고, GS는 중형급 수퍼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업체인 서원 탑마트도 출점 경쟁에 가세해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KT 부지, 남산동 개인 마트 인수 등을 통해 4개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롯데마트 롯데슈퍼 골목상권 퇴출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소상공인연합회가 롯데마트 롯데슈퍼 골목상권 퇴출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이 회장은 이마트타운 연산점 출점에 반대하며 지난 5월 30일부터 20일간 단식투쟁을 벌였지만, 신세계는 지난 9월 초 이마트타운 연산점 착공에 돌입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와연제구이마트타운입점저지비대위는 지난 8월 31일 연제구청을 상대로 이마트타운 연산점 영업등록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지만 두 달 넘게 아무런 답이 없다. 지난 10월 초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지만, 이 역시 결정된 게 없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이마트가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를 보더라도 이마트타운 연산점이 입점하면 피해를 보는 중소상인 업체 수가 4961개에 이르는데도 부산시는 이마트타운 출점을 허용했다”며 “여기에 롯데·코스트코·농협·GS까지 가세하면 골목상권은 몰락할 게 불보듯 뻔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내놓은 유통산업발전법과 중소상인 보호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부산시가 향후 5년간 6000억원을 투입해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골목상권 스마일 프로젝트’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김영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사무국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을 보면 대형 유통기업이 특정 단체에 발전기금을 내면 골목상권에 진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일부에 불과한 특정단체에 지원하는 발전기금을 상생협력 안으로 용인하는 관행이 골목상권의 몰락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 다른 법들도 허점투성이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붕괴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는 편의점 1817곳, SSM(기업형수퍼) 87곳, 2만여 종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가 50여 곳에 이르자 소상공인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인천시가 온누리상품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화폐’를 만들자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 고양시는 대형 쇼핑몰이 앞다퉈 들어서면서 주말마다 경기도와 주변 지역에서 쇼핑객이 몰려들고 있지만, 골목상권 상인들은 매출이 크게 줄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대기업유통기업이 아닌 다이소는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2016년 1050개 매장이던 것이 현재 1190개로 늘었다.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14년 1조원에서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다이소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아달라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지만,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일자리 창출을 놓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부산시]

지난 4월 29일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일자리 창출을 놓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부산시]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이런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휴업과 함께 6대 정책을 이날 제안할 계획이다. 6대 정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여야민정협의체’ 구성도 함께 요구할 방침이다. 
협의체는 여야 국회의원과 시당위원장, 부산시장과 부산시구청장,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및 부산시 시민단체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올해 말까지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위원회를 매달 개최해 우리가 제안한 정책을 바탕으로 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제안한 6대 정책은 상업 보호 구역지정을 통한 골목상권 보호, 특정 단체 지원을 통한 상생협력안 금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운영의 공정화, 중소상인 실태 파악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정책 결정 과정에 중소상인 참여기회 제공, 부산시 16개 구·군청에 ‘중소유통계’ 설치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상업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는 대규모 점포의 등록을 조건 없이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자치단체장의 독자적 권한인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의 선임권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와 상인단체,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에 한해 자치단체장이 선임하도록 제도를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중소상인 실태 파악을 위해 품목별, 지역별, 규모별로 사업자 및 종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달동네에 있는 구멍가게. [중앙포토]

달동네에 있는 구멍가게.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부산시 16개 구·군청에 ‘중소상공인지원팀’을 설치해 중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세밀하게 수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중소상인의 생존권 문제는 시민 모두의 일자리에 관한 문제”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상인이 먹고살 수 있도록 여야민정이 모여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